러 ‘화학무기 포기’ 제안… 시리아 1주일 ‘선택 기로’

입력 2013-09-10 17:52 수정 2013-09-10 22:51

시리아 최대 우방 러시아가 화학무기 포기를 제안하면서 시리아 정부가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불량국가’ 딱지를 떼고 국제사회의 새로운 일원으로 편입될 수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러시아의 제안을 일단 액면 그대로보다는 어느 정도 감안해 받아들일 것”이라면서도 “시리아 정부가 수용한다면 잠재적으로 상당히 의미 있는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시리아가 러시아 제안대로 보유 중인 화학무기를 폐기하고 화학무기금지협약(CWC)에 가입한다면 군사공격 계획을 중단할 수 있다는 뜻이다.

시리아를 둘러싸고 전운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러시아의 제안은 미·러 양국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출구전략이다. 미국은 존 케리 국무장관이 러시아에 앞서 같은 해법을 시리아에 제시했다.

시리아 정부는 러시아 제안을 반기면서도 수용 여부는 밝히지 않았다. 시리아를 비호해온 이란과 중국은 이 해법을 지지했다. 시리아 공격 가담 의사를 밝혔던 프랑스도 시리아의 화학무기 폐기를 요구하는 결의안을 10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제출하기로 하며 적극 공론화에 나섰다.

국제전략연구소(IISS) 마이클 엘러먼 선임연구원은 “시리아에 화학무기 포기는 외부세력에 인한 교전 확대를 피하는 방법”이라며 “좋은 출발이 될 수 있다”고 영국 가디언에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시리아 정부를 움직일 만큼 결정적 힘은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을 지적한다. 시리아가 거절할 여지가 있다는 뜻이다. 시리아가 결정까지 얼마나 오래 걸릴지, 러시아 제안을 수용하더라도 화학무기만 폐기할지, 관련 정책 전체를 폐기할지 등이 또 다른 문제로 남게 된다. 터키 등은 시리아의 결정과 상관없이 이미 벌어진 참사에 대한 책임을 물어 현 정권을 응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시리아에 주어진 시간은 길지 않다. 미국은 1주일을 데드라인으로 못박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CNN에 출연해 시리아 군사개입 방안을 계속 밀어붙이겠다고 강조했다. 시리아 압박을 위해 당근과 채찍을 병용한 전략일 수 있지만 미국의 진심이 어디에 있는지는 단정하기 어렵다.

공화당 중진 존 매케인과 린지 그래엄 상원의원은 이날 성명에서 “러시아의 제안으로 시리아 공격 방안에 찬성표를 던질 의원이 늘어났다”고 강조했다. 러시아가 제시한 출구(화학무기 포기) 쪽으로 시리아를 몰아붙이기 위해 미 의회가 오바마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줄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뜻이다.

민주당 대권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오바마 대통령 면담 후 백악관 연설에서 미 정부의 시리아 군사제재 방안을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