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헐뜯기와 오기 싸움이 전부인 한국 정치

입력 2013-09-10 18:39

박 대통령 귀국 계기로 정상화 길로 나아가야

정치권의 막말이 도를 넘어섰다.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의혹으로 촉발된 기싸움이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 사건까지 겹치면서 이전투구식 헐뜯기 정치로 변질돼 버렸다. 당직자는 말할 것도 없고 누구보다 앞장서서 대치정국을 해소하고 실종된 정치를 복원해야 할 책임이 있는 여야 대표마저 설전에 가세하고 있으니 정치 꼴이 말이 아니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10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야당이 자기 입맛에만 맞는 상임위만 하자고 얘기하는 것은 상대방에 대한 예의도 아니고 국민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고 상임위 활동에 선별 참여하려는 민주당을 몰아세웠다. 민주당이 가만있을 리 없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새누리당이 단독 국회 운운하는 것은 정치 실종을 넘어 멸종시키려는 것으로 공안정국에서 오만과 교만을 드러내는 전형적인 협작정치이자 구태”라고 맞받았다.

하루 앞선 9일에는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가 민주당을 ‘종북세력의 숙주’에 비유해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황 대표는 “민주주의 훼손 세력과 무분별하게 연대해 자유민주주의에 기생한 종북세력의 숙주 노릇을 하지 않았는지, 또 지금도 비호하고 있지 않는지 반성해야 한다”고 색깔공세를 폈다. 그런가 하면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나치 만행 사죄를 예로 들며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에 침묵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을 끌어들였다. 나치 만행과 아무 관련 없는 메르켈 총리가 국가수반으로서 사과했듯 박 대통령도 직접 관련 없더라도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여야는 입씨름만 되풀이하면서 벌써 정기국회 회기의 10분의 1을 까먹었다. 정치권이 정기국회를 열어 지금까지 한 일이라고는 이석기 의원 체포동의안을 처리한 게 전부다. 입만 열면 민생을 외치면서 하는 일은 민생과 완전 동떨어진 싸움질뿐이다. 이런 식이라면 정기국회의 가장 중요한 과제 가운데 하나인 내년 예산안 심의도 졸속으로 끝날 게 뻔하다. 그러면서 세비는 꼬박꼬박 받아 챙길 것이다. 무노동 무임금 원칙은 의원들에게 여전히 먼 나라 얘기다.

박 대통령이 G20 정상회의 참석과 베트남 국빈방문을 마치고 11일 귀국한다. 이를 꽉 막힌 정국을 푸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박 대통령은 이번 방문에서 적지 않은 성과를 올렸다. 원활한 후속 조치 마련을 위해서도 조속히 국회가 정상화돼야 한다. 청와대와 여당에서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 더 이상 형식에 연연하지 말고 야당의 회담 요구를 수용하는 대승적 자세가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대통령이 귀국하면 야당과 대화 자리를 만들어보겠다”는 최경환 원내대표의 얘기는 고무적이다.

민주당 역시 국회 정상화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국회를 보이콧하면서 단독국회를 문제 삼는 것은 설득력이 약하다. 국민은 현명하다. 곧 한가위다. 경색 정국을 푸는 데 보다 적극적인 쪽이 한가위 민심을 지배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