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왕차관까지 연루된 원전비리 종착역은
입력 2013-09-10 18:32
까도 까도 끝이 없다. 원전부품 시험성적서 위조 사건에서 시작된 원전비리 수사가 이명박정부의 실세 ‘왕차관’까지 연루된 권력형 게이트였음이 드러나고 있다.
검찰 원전비리수사단은 10일 한국정수공업의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처리 설비공급 청탁과 함께 여권 고위 당직자 출신 브로커 이윤영씨로부터 5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을 기소했다. 박 전 차관은 이미 구속된 김종신 전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으로부터 원전 관련 정책수립 시 한수원 입장을 잘 반영해 달라는 부탁과 함께 두 차례에 걸쳐 700만원을 수수한 혐의도 받고 있다.
박 전 차관은 차관 시절 집무실에서도 뇌물을 받았다고 하니 기가 막힌다. 원전비리 수사는 박 전 차관에서 꼬리 자르기로 끝나서는 안 된다. 원전 수출에 깊이 관여했던 이 전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전 의원이나 최중경 전 지경부 장관의 관련 여부도 한점 의혹 없이 파헤쳐야 한다.
지난 5월 말 수사 착수 이후 지금까지 원전비리로 기소된 인원이 97명에 이른다. 국가 핵심 시설인 원전 설비를 놓고 업체들은 돈을 갖다 바치며 수주전을 펴거나 품질보증서류를 위·변조하고 납품가를 담합했다. 원전을 운영하는 한수원은 물론 이를 관리·감독해야 할 한국전력 수뇌부, 정·관계 인사들은 뒷돈을 챙기기에 급급했다. ‘원전 마피아’가 괜히 나온 말이 아니다. 돈 앞에 국민의 안전은 안중에도 없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번 베트남 방문에서 베트남의 3차 원전 건설 사업에 우리 기업들의 참여를 요청하고 양국 정상이 협력키로 하는 등 원전 사업은 수출 가능성이 유망한 분야다. 원전 비리를 근절하지 않고는 해외 시장에서 신뢰를 얻을 수 없다. 검찰이 성역 없는 수사를 통해 원전 비리를 발본색원해야 하는 이유다. 말뿐인 쇄신책은 더 이상 필요 없다.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원전 비리에 대해선 처벌을 강화하는 등 구조적인 비리 근절책이 마련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