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안동현] 증권업계 불황과 구조조정

입력 2013-09-10 17:39


올 상반기 반기보고서를 공시한 20개 증권사 중 16개 사가 감원을 실시해 865명이 증권사를 떠났다. 반기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은 증권사를 포함할 경우 1000명을 훌쩍 뛰어넘을 것이다. 지점 통합도 활발히 진행되어 하나대투증권은 8개 지점을, 현대증권은 10개 지점을 줄였다.

이러한 인원감축과 지점 통폐합 등의 구조조정은 증권업계의 수익이 악화되면서 예견된 일이었다. 올 2분기 국내 62개 증권사의 순익은 다 합쳐 봐야 1192억원으로 직전 분기 4461억원에 비해 무려 73.3% 감소한 수준이고 증권사의 3분의 1이 적자에 허덕였다.

수익성 악화의 주요 원인은 지난 4월까지만 해도 하루 7조원 대를 유지했던 거래대금이 4조원대로 급감한 데 있다. 증권사의 주요 사업부문은 위탁매매, 법인영업, 자산관리, 상품설계 및 운용, 그리고 고유계정 운용 등을 들 수 있다. 이 중 증권사 수익의 70%를 차지하는 것이 위탁매매와 법인영업을 통한 거래수수료다. 수수료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한 데다 기관들의 거래 회전율 감소까지 겹쳐 있는 상황이다 보니 거래대금 감소는 증권업계의 수익에 그야말로 치명적이다. 업계에선 7조원 정도를 손익 분기점으로 보고 있는데 이러한 추세가 계속된다면 궁극적으로 구조조정을 통해 버티는 데도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렇게 거래대금이 급감한 가장 큰 원인은 지난 2년 동안 주가가 좁은 박스권에서 지루한 횡보를 보이면서 수익률이 부진하기 때문이다. 물론 궁극적으로 주가는 위든 아래든 답답한 횡보국면을 벗어날 것이고 이렇게 되면 업황은 현재와 같은 최악은 벗어날 것이다. 그러나 금융위기 이후 시장대비 초과수익을 추구하는 액티브 펀드의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패시브 펀드, 특히 거래비용이 저렴한 ETF 시장으로 펀드 수요가 이전된 데다 거래세 부과로 인해 프로그램 매매 역시 부진하면서 장기적으로 거래대금이 금융위기 이전과 같은 수준을 회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앞으로 대체거래소(ATS)가 도입되면 고빈도 거래가 활성화되어 어느 정도 이를 보완할 수는 있겠지만 지난달 이탈리아와 같이 세계적으로 고빈도 거래에 대한 규제 수준을 높이는 추세에 있기 때문에 이 역시 거래대금을 획기적으로 증가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다. 따라서 증권사의 주 수익원인 위탁매매 수수료가 장기적으로 증권업계의 생태계를 유지시키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얘기다.

수익성이 악화된다면 해당업계에 퇴출이나 인수합병 등의 구조조정이 일반적 수순이다. 그런데 일단 인수합병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시너지 효과가 선결조건인데 우리나라 증권사들은 근본적으로 수익구조에 별 차이가 없다 보니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이렇다 보니 현재 10여개의 증권사가 매물로 시장에 나와 있지만 두 개 정도를 제외하곤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달 29일부터 시행되는 자본시장법 시행령에 따라 자기자본이 3조원 이상의 증권사가 투자은행(IB)으로 지정되면 기업에 대한 여신기능 강화 및 신용공여와 같은 전담중개업무가 활성화되어 대형사와 비대형사 간에 주요 업무가 분할될 것으로 기대하는 것 같다. 그러나 대규모 증자를 통해 투자은행으로 지정된 증권사들이 IB업무를 통해 충분한 자기자본수익률을 내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을 요한다. 따라서 투자은행들도 기존 먹거리를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이라 그 전까지 과연 업계가 현재 상황을 유지할 여력이 있을지 의문이다.

종합하면 진정한 의미에서 업계의 구조조정은 이제 시작일 수도 있다. 대고객 리서치, 부단한 신상품 개발, 고객의 이익을 우선으로 하는 장기성과주의 정립, 철저한 위험관리 체제 등을 통해 천수답 식 경영에서 탈피하고 차별화하지 못할 경우 도태될 증권사가 속출할 것으로 보인다. 감독당국 역시 증권사에 대한 불필요한 규제가 있는지 면밀히 살펴본 후 소비자 보호와 관련 없는 규제는 과감히 철폐해 업계의 활로를 열어줘야 할 것이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