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목소리] 문·이과 통합정책 제대로 성공하려면

입력 2013-09-10 17:39

교육부가 2017학년도 수능시험부터 문과와 이과 구분 없이 국어·수학·영어·사회·한국사·과학 과목을 시험 보게 하는 ‘완전 융합안’ 도입을 검토하기로 했다고 발표하면서 찬반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문·이과 구분으로 인해 이과 학생들은 문학 역사 철학 등 인문학적 소양을 기르기 어렵고, 문과 학생들은 과학적 소양을 기르기 어렵다는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 문과와 이과로 구분하는 이분법적인 사고는 융합형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교육과는 거리가 멀다. 특히 진로에 대한 충분한 고민이 없는 상태에서 고등학교 2년 동안 문·이과로 칸막이를 쳐서 공부를 한다는 것은 문과적 성향이 있는 이과생들과 이과적 성향이 있는 문과생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는 이들 학생으로부터 미래에 대한 선택의 자유를 빼앗는 폭력을 행사하는 것일 수 있다. 나아가 이러한 이분법적 사고는 복잡한 세상을 단순화하고 자칫 세상을 편협한 시각으로 바라보게 할 수 있어 지양해야 한다.

그렇다면 2017년 수능부터 ‘완전 융합안’을 따라 문·이과 구분을 폐지할 수 있도록 서두르는 것이 좋을까. 그렇지만은 않다. 이미 2009년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과학 과목은 ‘융합과학’을 도입하였다. 하지만 융합과학 교과서는 물리, 화학, 생명과학, 지구과학의 내용을 스토리텔링으로 제시하기보다는 각 분과 과목의 내용을 한 교과서에 합쳐놓은 수준에 그쳤다. 물리, 화학, 생명과학, 지구과학의 내용이 골고루 섞이지 못하고 생명과학과 지구과학의 내용에 치중되어 있다. 현장에서는 융합과학을 가르칠 수 있는 공통과학 전공 교사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고, 가르치는 교사의 전공(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에 따라 융합과학을 가르치는 내용이 판이하게 달라지는 실정이다.

진정한 융합형 인재를 길러내기 위해서는 섣불리 2017년 수능에 ‘완전 융합안’을 도입하기보다는 새로 만들어 나갈 공통사회와 이미 만들어진 융합과학을 재정비하여야 하고, 이를 가르칠 수 있는 교사 양성에 집중해야 한다. 문·이과 폐지는 이러한 밑바탕 위에 실시될 때 제대로 효과를 나타낼 수 있을 것이다.

이분법적 사고에 의해 우리는 어떠한 일을 ‘성공’과 ‘실패’로 나누려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성공한 듯한 실패’도 존재할 수 있다. 2017년 수능에서 ‘완전 융합안’을 서둘러 도입하기보다는 차근차근 제도를 시행해 제대로 성공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조준모(서울대 사범대학 석사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