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의료봉사-국민일보·굿피플 후원] 병원 발길 어려운 중국동포들에 따뜻한 손길
입력 2013-09-09 19:01
“어깨가 안 좋다고요? 지난번엔 손가락 때문에 약 타 가셨는데 좀 어떠세요?”
가정의학과 진료를 맡은 박현덕(33·여) 선생님이 김명화(36·여)씨 어깨를 살피며 물었다. 한국에 온 지 2년째인 중국동포 김씨는 아침부터 밤까지 식당 일에 매달리느라 10년 전 교통사고 후유증이 재발했다. 김씨는 “병원에 갈 때마다 5만원씩 들어 진통제로 버텨왔는데 정말 고맙다”며 활짝 웃었다.
국민일보와 국제개발NGO 굿피플이 후원하는 1248차 ‘사랑의 의료봉사’가 지난 7일 서울 신길동 대길사회복지재단에서 열렸다.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의료진 3명과 자원봉사자 등 20여명이 중국동포 36명을 진료했다. 가정의학과 영상의학과 치과를 중심으로 혈액 검사, 골밀도 검사 등이 진행됐다.
대길사회복지재단 3층은 작은 종합병원처럼 꾸며졌다. 각종 소모임을 위해 쓰이던 공간은 접수처, 약국, 가정의학과, 영상의학과로 변신했다. 대길교회 앞 주차장에선 치과 장비를 실은 대형 버스가 임시 진료실 역할을 했다.
오후 2시가 되자 진료를 받으려는 환자들이 삼삼오오 대기실로 모여들었다. 대기실 한쪽에서 골밀도 검사가 진행되는 동안 환자들은 원형 탁자에 둘러앉아 다과를 나누고 안부를 물으며 화기애애한 시간을 보냈다. 재단 측은 환자들이 대기시간을 활용해 머리 손질을 할 수 있도록 1층에서 미용봉사도 했다.
자원봉사로 참여한 중국동포 이영관(51)씨는 “문화적으로, 경제적으로 힘들어하는 동포들이 여기서 만나 서로 힘이 되기도 한다”며 “동질감을 갖고 편히 얘기하도록 생활상담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길사회복지재단의 의료봉사활동은 의료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아 병원 치료를 선뜻 받지 못하는 중국동포들을 돌보기 위해 지난 3월 시작됐다. 얼마 되지 않았지만 신길동 대림동 등 인근 중국동포 사회에 입소문이 퍼져 멀리서 찾아오는 환자들도 생겼다.
대길사회복지재단 정상채 사무국장은 “쉬는 날 없이 늦게까지 일하느라 건강 챙기기 쉽지 않은 중국동포들에게 많은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며 “아픈 몸도 치료받고 우리나라의 따듯한 인심도 접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