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영세근로자의 임금체불은 사회 불안 요인
입력 2013-09-09 18:58
상습·장기체불 사업장 특별관리해야
추석 명절이 되면 더 우울하고 서글픈 사람들이 있다. 보너스는 고사하고 몇 달 동안 임금조차 받지 못해 빈손으로 고향을 찾거나, 아예 귀향을 포기하는 근로자들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7월 말까지 전국에서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는 근로자는 15만4000여명이다. 체불임금액은 710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때의 6921억원에 비해 2.6% 늘었다. 1인당 평균 체불액은 461만원으로 전년 동기의 408만원에 비해 11.5%나 증가했다.
체불임금 규모는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1조3438억원까지 치솟은 뒤 2011년 1조874억원으로 줄었지만 지난해 1조1772억원으로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올해도 이 추세대로라면 지난해 체불액을 뛰어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노동부는 몇 년 전부터 상습 체불자에 대한 구속수사를 확대했지만 효과는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체불 사업주가 기소되더라도 몇 십만원의 벌금 처분을 받는 데 그치기 때문이다. 노동부는 지난 5일 상습 체불업주 234명의 실명을 처음 공개했지만, 이것도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미지수다.
우리나라에서는 근로자가 체불임금을 받기 위해 폭력을 휘두르거나 방화하는 경우, 하청업체 건설근로자가 원청업자를 흉기로 찌르거나 현장소장을 감금하는 사례 등이 종종 발생한다. 물론 어떤 경우든 폭력행위는 용납될 수 없지만 임금은 자신뿐 아니라 딸린 식구의 거의 유일한 생계수단이라는 점은 거듭 강조될 필요가 있다. 악성 임금체불은 한 가정을 파괴하는 범죄행위에 다름없다. 오죽했으면 폭력을 행사해서라도 임금을 받으려는 시도가 곳곳에서 빚어졌겠는가.
임금체불이 주로 30인 이하 중소기업, 제조업과 건설업에 몰려 있는 것도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체불사업장은 대개 하청업체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원청업체가 이런 저런 이유로 납품대금이나 공사비 지급을 미루면 임금을 줄 수 없다. 따라서 임금체불 사업장 단속을 하도급 불공정거래 시정과 연계할 필요가 있다. 고용부는 체불한 사업주만 닦달할 것이 아니라 원청 사업주에 책임이 있을 경우 공정거래위원회에 명단을 통보하는 등의 업무협조 체제를 가동해야 한다. 최근 전북의 한 건설업체는 하도급 업체 근로자들이 노임을 받지 못해 민원을 제기하자 남은 공사대금 일부를 우선 노임으로 지급키로 했다고 한다. 또한 100대 기업은 협력업체들에게 지난해보다 12.3% 늘어난 4조8010억원의 납품대금을 조기지급키로 했다.
불가피한 임금체불도 있지만 악의적으로 재산을 은닉한 채 근로자들의 임금 지급을 뒷전에 두는 악덕 사업주들도 적지 않다. 사실 체불임금이 사회문제가 되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고 한다. 임금을 못 받아도 계속 근로를 제공하는 노동자들의 실태와 상명하복의 직장문화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 솜방망이 처벌이 가장 큰 원인이다. 체불임금을 일정 기간 이상 해소하지 않는 사업장은 자동 폐업시키는 등 특단의 조치도 검토해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