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호찌민 주석 묘 헌화한 朴 대통령
입력 2013-09-09 18:51
박근혜 대통령이 9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쯔엉 떤 상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갖고 2009년 수립된 양국의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를 더욱 증진시키기로 하는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박 대통령은 정상회담에 앞서 호찌민 주석 묘를 찾아 헌화하고 조의를 표했다.
호 주석은 베트남 공산당의 창건자로 오랜 내전을 승리로 이끈 국부다. 박 대통령의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64년 베트남전에 우리 군을 파병함으로써 교전 상대가 됐다. 김대중 대통령(1998년), 노무현 대통령(2004년), 이명박 대통령(2009년) 등 우리 대통령들은 대부분 베트남 방문 때 호 주석 묘를 찾았지만 박 대통령의 헌화는 이런 점에서 또 다른 의미를 갖는다. 양국의 역사적 화해의 깊이가 그만큼 진전됐다는 뜻이며, 동시에 미래를 향해 함께 걸어나가자는 보다 분명한 의지를 다진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베트남은 우리처럼 반도국가로 식민지배를 당했고 분단과 동족상잔도 경험했다. 역사의 도정에서 적국이 됐지만 이외의 다른 역사 경험은 공유할 부분이 많은 나라다. 1992년 수교 이후 양국의 교역 규모가 40배 이상 늘었지만 더욱 중요한 점은 박 대통령이 ‘사돈의 나라’라고 언급했듯 인적 교류가 급진전해 다른 국가들과 차원이 다른 관계를 형성해가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에는 베트남 출신 아내, 어머니가 급증했고 사회적으로 성공한 인물도 적지 않다. 우리 기업의 진출도 다른 동남아 국가들보다 활발한 상황이다. 베트남은 한류 문화 확산의 요충지 역할도 하고 있다.
베트남은 동시에 잠재력이 풍부한 나라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교육열이 높아 유능한 젊은 인재를 많이 길러냈다. 우리나라와 최첨단 사업 분야에서도 협력이 가능하다. 양 정상이 내년 중에 포괄적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목표로 협상에 속도를 내기로 하고 다양한 분야 경제협력을 강화키로 한 것은 이런 점에서 의미가 크다.
베트남과의 우호관계 증진은 대북 외교 차원에서도 의미가 크다. 북한과 같은 사회주의 국가이면서 과거 적대 상태였던 베트남과의 경제협력 진전은 북한이 새로운 가능성을 추구하는 데 영감을 줄 수 있다. 또 베트남과의 관계 심화는 도발적인 길을 걸으려는 북한에 압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두웠던 과거를 넘어 미래로 나아가는 것은 한마디 말로 되는 것은 아니다. 활발한 경제 및 사회 교류 등을 통해 형성된 상호 신뢰의 바탕이 다져져야 가능하다. 이를 위해서는 정상회담의 정례화나 고위급 교류 활성화 외에 무역의 균형을 모색하고 양 국민 모두의 행복을 증진시킬 상생 방안을 찾음으로써 민간이 자연스레 선의를 쌓아갈 수 있도록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