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역 문화예술행사 ‘색깔론 시비’로 얼룩

입력 2013-09-09 18:41

광주지역 각종 문화예술행사가 ‘색깔론 시비’로 얼룩지고 있다.

광주시는 9일 “2013광주디자인비엔날레 ‘국기 디자인전’ 전시작품들 중 북한 인공기가 그려진 작품 11점을 철거했다가 출품작가와 예술단체 등의 비판여론을 감안해 다시 설치했다”고 밝혔다.

시와 광주비엔날레재단은 당초 용봉동 비엔날레전시관 4층에서 지난 6일 개막된 ‘2015하계유니버시아드 남북 동시입장 기원 단일기 디자인전’ 전체 출품작 89점 중 인공기가 일부라도 등장한 11점을 철거했다. 대다수 작품이 남북의 민족적 화합과 한반도 평화통일을 염원하는 순수한 내용이지만 국회의원 ‘내란음모 사건’ 등이 불거진 민감한 시기에 불필요한 오해를 살 여지를 없애기 위해 조치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자체 검열”이라는 출품작가 등의 반발이 수그러들지 않자 시와 비엔날레재단은 하루 만에 입장을 번복, 작품들을 재설치하는 촌극을 벌였다.

앞서 시는 시립소년소녀합창단 지휘자 이모(42·여)를 중징계하기로 했다. 지난 달 8·15광복절 기념식장에서 아르헨티나 출신 사회주의 혁명가 체 게바라의 얼굴이 새겨진 티셔츠를 입은 채 기념공연을 했다는 이유였다. 이는 기념식에 참석한 광주보훈처장이 의상이 적절하지 않다고 문제를 제기한 데 따른 것이다.

시는 이후 모 구청장과 예술단체 등의 비난이 이어지자 며칠 만에 중징계 방침을 백지화했다. 하지만 지휘자 이씨는 지난 4일 “시가 예술인의 자존심을 무너뜨렸다”는 성명을 발표하고 자진사퇴했다. 시는 지난해 6월에도 시립미술관 개관 20돌 특별전에서 홍성담씨의 출품작이 이명박 당시 대통령과 집권당을 노골적으로 비판하고 있다며 작품을 철거하기도 했다.

지역 예술단체들은 이에 대해 “아시아문화수도를 추구하는 시가 예술가들의 창작 열기를 북돋워주지는 못할망정 문화예술의 가치를 함부로 재단하고 반예술적 철거행위를 반복하는 것은 유감이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미술가 한모(55)씨는 “시가 이념적 잣대로 표현의 자유를 가위질하고 오락가락하는 현실이 마음 아프다”며 “예술의 본질을 무시한다면 광주를 과연 문화도시라고 할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