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쓱한 한은… 중앙銀 독립성, 바닥권 수준인 세계 65위

입력 2013-09-09 18:26

한국은행의 독립성이 전 세계 주요 중앙은행 중 65위로 평가돼 국가 경제력 규모에 비해 크게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9일 배리 아이켄그린 미국 UC버클리대 경제학 교수 등이 한은으로부터 용역을 받아 작성한 ‘중앙은행 투명성과 독립성’ 논문에 따르면 한은의 독립성은 2010년 기준 세계 주요 89개 중앙은행 가운데 65위로 하위권에 그쳤다.

독립성 평가지수는 총재 및 금통위원 임명과 해임 절차, 통화·환율 정책에 대한 정부의 개입 정도, 공공부문 대출 제한의 엄격성 등을 항목별로 가중치를 달리해 평가했다.

한국은 중앙은행 독립성 평가지수(CBIW 기준)는 1점 만점에 0.32점을 받아 소말리아와 같은 수준이었으며, 요르단(0.33)보다도 한 단계 낮았다. 1위는 키르기스스탄(0.83점), 2위는 라트비아(0.83점), 3위는 유로존(0.81점)이었고 인도(0.10점)가 89위로 최하위였다.

경제력 규모에 비해 독립성이 하위권인 국가로는 호주(0.17점·83위), 미국(0.18점·82위), 영국(0.23점·79위), 뉴질랜드(0.26점·72위), 일본(0.35점·62위) 등이었다. 이 중 특히 미국 연방준비은행을 총괄하는 중앙기관 연방준비제도(Fed)는 공공부문 대출에 대한 성문법적인 규제가 없는 게 순위가 낮아진 원인으로 꼽혔다.

한은의 투명성은 15점 만점에 8.5점을 받아 세계 120개 중앙은행 중 21위 수준으로 평가됐다. 투명성 평가는 회의록 공개, 통화 목표 달성에 대한 정례 평가, 통화정책 우선순위의 발표 여부 등 15개 항목에 점수를 매겨 지수화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 논문은 “중앙은행의 독립성은 정치적인 압력을 완충하고, 투명성은 정책 결정에 대한 책임성을 강화한다”면서 “종종 투명성이 독립성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다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도 전 세계 중앙은행의 투명성과 독립성 신장 추세가 퇴행하는 징후는 거의 없다”고 평가했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