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크카드 시장 “어르신 고객 모셔라”… 카드사들, 실버 마케팅 ‘열전’

입력 2013-09-09 18:17 수정 2013-09-09 22:25

서울 낙원상가에 위치한 ‘허리우드 클래식’ 극장은 매일 노인들로 북적인다. 단돈 2000원이면 젊은 시절 봤던 영화를 즐길 수 있어서다. 매일 영화관에 출석 도장을 찍는 노인도 많다. 하나은행은 이 점에 주목하고, 발 빠르게 극장과 제휴했다. 지난 2월부터는 아예 허리우드 클래식 로비에 부스를 마련하고 이동식 단말기를 가져와 현장에서 실버극장 전용 체크카드인 ‘행복문화카드’와 통장을 개설해주고 있다. 실적에 관계없이 체크카드로 통신요금을 자동이체하면 최대 5000원을 캐시백해주고 매주 목요일 무료 영화관람 혜택을 제공한다는 설명에 노인들의 호응도 좋다. 매일 평균 100명 정도가 이곳에서 통장과 체크카드를 발급받고 있다.

지난 2일 금융감독원이 고령층에 대한 대출거래 차별관행을 철폐하라고 지시할 정도로 그동안 노년층은 금융거래에서 소외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은행과 카드사들이 병·의원 할인, 영화 할인 등을 제공하는 체크카드 등을 속속 출시하며 노인 고객 끌어들이기에 발 벗고 나선 것이다. 고령화 시대에 국민연금이나 기초노령연금 등을 매월 받는 노인 고객의 통장과 이와 연계된 체크카드를 유치할 경우 은행의 고정적 수입원이 되기 때문이다.

허리우드 클래식에서 만난 하나은행 상암DMC지점 김윤희 차장은 9일 “금액이 크진 않지만 연금통장을 유치하면 고정 고객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행복문화카드가 수익이 많이 나진 않지만 무료영화 관람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은행 홍보 효과가 큰 점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KB국민카드는 ‘골든라이프 체크카드’를 통해 병원업종 3% 환급 할인, SK주유소 주유 시 OK캐시백 ℓ당 40포인트 적립 등 실버세대를 위한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신한·우리·NH농협카드는 국민연금 수령자를 대상으로 국민연금증카드를 발급하고 있다. 각 카드사는 국민연금 수급자 330만명 시대를 맞아 철도요금 30∼50% 할인, 고궁·박물관 등 공공시설 입장료 할인 등의 기본 혜택 이외에도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제공한다. 2011년부터 발급을 시작한 신한카드는 국민연금증 체크카드 이용 시 쇼핑·영화·주유 등 업종에서 최대 5%, 월 3만원까지 캐시백을 제공한다. 우리카드는 전월 사용실적에 따라 전통시장에서 최고 5% 할인, 영화는 최대 6000원까지 할인 혜택을 준다. NH농협카드는 의료·쇼핑 업종 이용 시 5%, 이동통신요금 자동이체 시 3%의 채움포인트를 적립해준다.

그 외에도 NH농협카드는 실버세대를 주요 대상으로 병원, 약국 등 의료업종 할인 혜택에 특화된 ‘행복건강 체크카드’를 출시해 의료기관에서 이용 건당 1000원씩, 월 최대 1만원까지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외환카드도 ‘해피니어 체크카드’를 발급해 전국 병원과 약국, 헬스클럽 등에서 최대 5% 적립 혜택을 준다.

카드사 관계자는 “실버세대를 위한 체크카드는 아직은 소외되는 고객이 없도록 하려는 공익적 성격이 크다”며 “다만 상품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해 고령층 고객을 유치함으로써 고령화 시대에 고객층을 넓힐 경우 장기적으로는 카드사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박은애 기자 limitle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