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스승의 날 선물카드 인기

입력 2013-09-09 18:09

“가장은 어쩔 수 없이 보내고, 스승은 어쩔 수 없이 받고….”

중국에서는 최근 스승의 날을 맞아 스승에게 선물 보내는 풍조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고조되고 있다. 관영 신화통신은 9일 선물을 주는 쪽이나 받는 쪽이나 서로 어색한 분위기를 이렇게 묘사했다. 중국판 스승의 날인 ‘자오스제(敎師節)’는 매년 9월 10일.

올해는 특히 현금처럼 쓸 수 있는 ‘자오스제 선물카드’가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카드는 200위안(약 3만5600원)에서부터 1000위안(약 17만8000원)짜리까지 4종류가 있다.

이 카드는 당초 베이징 시내 대형 쇼핑센터가 시장에 내놓았으나 “스승의 날에 어울리지 않는 너무 노골적인 선물 아니냐”라는 비판이 일자 사과와 함께 판매를 중단했다. 그러자 인터넷 쇼핑몰이 이를 놓칠세라 대대적인 광고와 함께 판촉에 나서면서 불이 붙은 것.

대부분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자오스제 선물카드’라는 단어를 치면 “스승의 날, 감사의 뜻을 선물카드로”라는 광고를 쉽게 볼 수 있다. 이 선물카드는 카드에 표시돼 있는 비밀번호만 입력하면 인터넷 쇼핑몰에서 어떤 물건이든 살 수 있다.

이에 대해 베이징 시내 한 학부모는 “내 주변 사람 10명 중 8∼9명은 스승의 날에 선물을 건넨다”며 “대개 선물카드를 보내지만 현금이나 물건을 주기도 한다”고 경화시보(京華時報)에 털어놓았다.

중난차이징정파(中南財經政法)대학의 한 교수는 “의사에게 주는 촌지나 민원 해결에 대한 사례 등이 성행하는 사회에서 유독 교사에 대한 선물만 없어지겠느냐”고 반문했다. 중국 교육부는 이 같은 선물 보내기에 대해 현장 조사에서 적발되면 규정에 따라 처벌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지만 공허하다는 반응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무원이 최근 자오스제를 9월 10일에서 공자 생일인 9월 28일로 바꾸는 방안을 발표한 뒤 찬반양론이 뜨겁다. 반대론자들은 특히 “9월 10일을 자오스제로 한 지가 이미 29년이나 지났다”며 “공자탄신일로 자오스제를 바꾸더라도 교사에 대한 존경이 살아나지 않는다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지적했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