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아사드, 화학무기 사용 진실게임 양상
입력 2013-09-09 18:09 수정 2013-09-10 01:09
미국과 시리아가 화학무기 사용 의혹과 관련해 진실게임을 벌이고 있다. 미국은 시리아 정부에 (화학무기 사용) 책임이 있다는 점은 상식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구체적인 증거를 내놓지 못했다.
반면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은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은 화학무기 공격을 명령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미 의회는 여름 휴회를 마치고 9일부터 본격적인 시리아 공습문제 논의에 들어갔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이날부터 ABC방송 등에 잇따라 출연해 의회 설득에 나섰다.
데니스 맥도너 백악관 비서실장은 8일(현지시간) “아사드 정권이 국민을 상대로 화학무기를 사용했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사실”이라며 공습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또 “시리아 정부에 화학무기 사용의 책임이 있다는 것은 상식의 문제”라고 덧붙였다. 화학무기가 실려 발사된 로켓은 정부군만이 갖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아사드 정권이 화학무기 공격의 배후라는 구체적인 증거는 없다. 정보라는 게 그런 식으로 운영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다만 교도통신은 미국이 지난 6일 러시아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기간 중 일본에 아사드 정권의 화학무기 사용과 관련한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존 케리 국무장관은 9일 윌리엄 헤이그 영국 외무장관과 만난 자리에서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은 군사 공격을 피하기 위해 현재 보유 중인 화학무기를 모두 내놓을 시간이 1주일 주어졌다”고 압박했다. 그는 항복할 시간을 주지만 아사드 대통령이 받아들일 것으로 기대하진 않는다고 덧붙였다.
시리아 우방인 러시아의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도 이날 모스크바에서 왈리드 모알렘 시리아 외무장관과 만난 뒤 “화학무기를 국제 감시 아래 내놓고 그것들을 폐기하라”고 시리아에 제안했다.
아사드 대통령은 CBS와의 인터뷰에서 화학무기 포기 의사는 밝히지 않은 채 “나는 화학무기 공격과 아무 상관이 없고 화학무기 공격이 있었다는 사실도 몰랐다”며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그는 “(내가) 시리아 국민을 향해 화학무기를 사용했다는 증거도 없다”며 미국의 약점을 공략했다.
아사드 대통령은 “중동 분쟁에서 미국이 결부됐을 때 경험이 좋지 않았던 점을 상기시키고 싶다. 당신들(미국)이 현명하지 않다면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며 보복 공격 의지를 강조했다.
미 상원과 하원은 각각 11일과 15일쯤 전체회의를 열고 시리아 군사제재 방안에 대해 표결할 것으로 보인다. 안건이 부결될 경우 오바마 대통령은 심각한 정치적 타격을 받을 것으로 미 언론은 내다봤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