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치는 국회… ‘정상회담 사전·사후 문건’ 낮잠도 길어져

입력 2013-09-09 17:57

경색정국 장기화로 국회에서 ‘낮잠’만 자고 있는 문건이 있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 사전·사후 부속자료가 그것이다. 국회는 이 자료를 서해북방한계선(NLL) 논란이 한창이던 지난 7월 18일 국가기록원으로부터 제출받아 국회 본관 318호 소회의실에 54일째 보관 중이다.

소회의실 앞을 지키고 있던 한 국회 경위는 9일 국민일보 기자를 만나 하염없이 문건을 지키고 있어야 하는 애로사항을 털어놨다. 그는 “하루 종일 문 앞을 지키고 있지만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다. 도대체 왜 ‘보초’를 서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문건이 보관된 정문과 방 안의 캐비닛이 이중 보안 장비로 보호되는 만큼 곧 경비 인력을 철수한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부속자료가 처음 도착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는 국회 경위들이 2시간 간격으로 교대하며 회의실 앞을 ‘철통’같이 지키고 있다. 복도 앞 천장에 달린 CCTV 카메라도 24시간 가동 중이다.

경비 담당자는 ‘곧 철수’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지만, 실상을 보면 문건에 대한 보초 활동은 당분간 계속될 것 같다. 국회 운영위원회 합의사항으로 국회로 보내졌던 만큼 자료가 국회 밖으로 나갈 때도 여야 합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사초(史草) 실종 문제가 일단락되기 전까지 계속 머물러 있어야 할 운명이라는 의미다.

국회 운영위 관계자는 “국회가 요구해 보관 중인 자료는 원본이 아닌 사본 2부씩으로 국가기록원으로 다시 보내지는 것이 아니라 폐기 처분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국회가 공전 중이어서 자료를 처분하기 어렵고, 국회가 정상화한 뒤에야 폐기든 열람이든 처분을 내려야 해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회가 언제 정상화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사전·사후 부속자료의 국회 보관 기간은 더욱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회 운영위원장인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는 최근 측근에게 “NLL의 ‘앙꼬’에 해당하는 원문 없이 부속자료 열람은 큰 의미가 없다”며 “검찰 수사가 나올 때까지 부속자료에 대한 어떤 조치도 불필요하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동근 기자 dk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