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끊기 유해정보’ 네이버 1위… 차단 시스템 시급
입력 2013-09-09 17:54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알게 된 A양(13)과 B씨(22·여)는 지난 7월 서울 화곡동 모텔에서 만나 맥주를 들이켰다. A양은 B씨를 만나기 전 부모에게 ‘먼저 이렇게 떠나서 죄송합니다. 절 잊으세요’라는 문자메시지 한 통을 남긴 상태였다. 두 사람은 모텔 방에서 문을 잠근 채 사전에 준비한 순서에 따라 자살을 기도했다. 인터넷 이곳저곳에서 습득한 ‘자살 방법’을 함께 실행에 옮긴 것이다. 다행히 늦지 않게 경찰이 출동해 이들은 구조됐다. 두 사람은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우울증 상담을 하다 동반자살을 계획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3월에도 충북 진천의 낚시터에서 윤모(27) 김모(39) 남모(34·여)씨가 함께 자살을 기도했다. 김씨는 인터넷 자살사이트 운영자였고 윤씨와 남씨는 이 사이트에서 김씨를 만났다. 이들이 자살을 기도한 저수지 부근은 인적이 드물었다. 김씨는 준비한 대로 자살을 기도해 목숨을 잃었고 윤씨는 고통을 참지 못해 저수지로 뛰어들었다가 익사했다. 남씨는 경찰에 의해 구조됐다. 세 사람은 자살사이트에서 쪽지를 주고받으며 동반자살을 논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세계 자살 예방의 날인 10일을 하루 앞두고 자살 조장 정보를 유통할 경우 처벌하는 규정이 담긴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자살 조장 정보를 게재하는 인터넷 사이트 운영자나 포털사이트 업체도 처벌 대상에 포함된다.
현행법에는 인터넷 등 정보통신매체에서 자살 유해 정보를 유통한 사람에 대해 명확한 처벌 규정이 없다. 이 때문에 인터넷에 자살을 조장하는 유해 정보가 늘어나도 ‘신고에 의한 폐쇄’ 조치에 머물고 있다. 이를 유통한 포털사이트 업체나 사이트 운영자를 처벌할 방법이 없다.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새누리당 이운룡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올 7월까지 포털사이트에서 유통된 자살 유해 정보는 네이버가 3891건으로 가장 많았다. 네이트(700건), 다음(440건) 등에서도 많은 자살 정보가 유통됐다.
특히 카페·블로그 등 회원제 커뮤니티에서 자살 정보를 얻는 경우도 네이버 740건, 다음 235건, 네이트 38건 등이었다. 같은 기간 온라인 커뮤니티인 일간베스트와 디씨인사이드에서도 각각 541건과 524건의 자살 관련 정보가 검색됐다.
자살 유해정보의 범람과 함께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이들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이 의원실에 따르면 2001년 6911명이던 자살자 수는 10년 새 2배 넘게 늘어났다. 2011년 자살로 사망한 인원은 1만5906명으로 전년(1만5566명) 대비 2.2% 증가했다.
이 의원은 “전파성이 높은 인터넷상의 자살 관련 유해 정보를 신속히 차단할 수 있도록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며 “포털사이트도 사회 전반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만큼 자살 정보 유통을 차단하기 위한 시스템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