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자의 가족·친지 평균 6명 우울증 등 고통 겪어
입력 2013-09-09 17:54 수정 2013-09-09 22:09
보건복지부의 2011년 정신질환실태역학조사에 따르면 성인의 15.6%는 평생 한 번 이상 심각하게 자살을 생각한다고 한다. 특정 상황이나 조건에 처할 경우 누구라도 자살을 고민하게 된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자살의 사회적 심각성은 본인의 아픔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자살자가 발생할 경우 가족 등 평균 6명 정도는 우울증이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등을 겪으며 고통받게 되고 그들은 그 어떤 집단보다 자살 가능성이 높은 위험군에 포함된다. 자살자 가족에 대한 관심이 무엇보다 필요한 이유다.
2010년부터 자살 생존자(가족의 자살을 경험한 사람)를 위한 인터넷 카페(‘미안하다 고맙다 사랑한다’)를 개설해 운영하고 있는 김정호(41·사진)씨는 9일 “자살자가 1년에 1만5000명에 달하는데 그러면 약 10만명 가까운 그들의 가족이 심한 불안과 우울증에 시달린다는 뜻”이라며 “이들에 대한 관심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카페가 자살예방에 공헌한 기관으로 보건복지부장관 표창을 받게 된 데 대해 김씨는 “현재 회원이 990명 정도”라며 “회원 수가 늘어나는 게 반갑지는 않지만 고통을 해결하려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의미인 만큼 바람직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족 가운데 자살자가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뒤 충격을 받았던 경험을 바탕으로 자살자 가족들을 돕기 위해 카페를 만들었다.
김씨는 “자살자 가족 중 많은 이들은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기회만 있어도 회복이 가능한데 대다수가 주변에 사실을 털어놓지 못한 채 지내기 때문에 문제 해결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광주 조선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임상심리 전문가로 근무 중인 그는 “가족의 자살로 고통받고 있다면 혼자 감내하지 말고 수면 위로 올라오는 게 첫 번째 할 일”이라며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같은 경험을 한 이들의 ‘자조 모임’에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약물치료와 동등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씨는 아울러 “언론이나 일반인들이 자살자와 자살자 가족을 나약하거나 나쁜 사람으로 치부하는 인식은 위험하다”며 “자살 생존자들의 심리적 고통은 개인의 부정적인 감정뿐만 아니라 사회적 편견이나 몰이해와도 관련된 만큼 보다 조심스럽게 접근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보건복지부는 10일 자살예방의 날을 맞아 ‘2013 자살예방의 날’ 기념식을 열고 김씨가 운영하는 인터넷 카페 등 5개 기관과 11명의 개인에게 보건복지부 표창을 수여한다.
또 언론단체에는 ‘자살보도 권고기준 2.0’을 전달할 예정이다. 기념식 후에는 ‘자살보도 권고기준 2.0 개정 기념 포럼’이 개최되며 이와 별도로 자살예방 관련 학계 전문가들이 지역사회 자살예방전략, 자살유가족 지원, 심리적 부검 적용사례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논의하는 ‘자살예방 종합학술대회’도 열린다.
정승훈 기자 s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