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메르켈 나치사죄 참고” 김한길 대표, 국정원 대선 개입 관련한 朴의 침묵

입력 2013-09-09 17:58


정치가 실종됐다. 올해 정기국회가 개회한 지 9일로 일주일이 됐지만, 여야는 의사일정 합의조차 못하고 있다. 되는 일은 없고 감정적인 대립만 격해지고 있다. 정국 파행의 중심에는 국가정보원이 있다. 새누리당은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등에 대한 국정원의 내란음모사건 수사를 계기로 민주당이 무분별한 야권연대로 종북세력의 국회 진출을 도왔다며 연일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맞서 민주당은 국정원의 대선개입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와 국회 차원의 국정원 개혁을 요구하며 장외투쟁을 계속하고 있다. 여야 간 정쟁의 빌미를 국정원이 제공한 셈이다. 여야 대치 정국은 박 대통령이 해외순방에서 돌아오는 11일 이후에나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국회가 이처럼 개점휴업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9일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나치 범죄에 대한 사죄를 참고하라며 비판했다. ‘민주 대 반민주’ 구도로 새누리당을 몰아붙이는 공세도 계속됐다.

김 대표는 서울시청 앞 천막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박 대통령이 (G20 정상회의 기간 중에) 메르켈 총리와 담소하는 사진을 봤다. 메르켈 총리가 거듭 나치의 만행을 사죄하는 이유는 국가수반이기 때문”이라며 “메르켈 총리는 ‘나는 사죄할 것이 없다’고 말하지 않는다.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가정보원의 대선개입 의혹과 관련해 침묵하고 있는 박 대통령을 겨냥한 발언이다. 이어 “박 대통령이 국가정보기관이 대선에 개입했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제1야당 대표의 만남 제의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메르켈 총리와 얘기를 나눴다면 우리 정치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다른 최고위원들도 국정원 비판에 합세했다. 신경민 최고위원은 “국정원은 반성하지 않고 있고, 반성하려 하지도 않고 있다”고 했고 양승조 최고위원도 “이석기 사건으로 (국정원이) 물타기와 여론몰이를 하는데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당은 새누리당의 ‘뿌리’에 대한 비판도 이어갔다. 김 대표는 ‘김대중과 한국정당정치’ 학술회의 축사에서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무너져 내리고 있다”며 “이명박 정권 5년과 박근혜 정권 출범 6개월 만에 국정원은 사라지고 유신시대 중앙정보부가 부활하는 것은 아닌가 걱정하는 분들이 많은 지경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김관영 수석대변인도 브리핑에서 “새누리당의 뿌리가 독재정권·군사쿠데타 세력에 있다는 점은 역사적 사실”이라며 “우리사회에 자리 잡고 있었던 민주주의가 새누리당이 다시 집권하면서 위협받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또 “민주주의의 역사를 부정하고 시대의 변화를 거부하면서 틈만 나면 종북몰이, 매카시즘에 기대는 것이 그 뿌리에 주목을 하게 되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민주당의 이런 공세적 태도는 ‘이석기 후폭풍’이 종북 논란으로 확산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의도다. 새누리당이 연일 ‘통합진보당의 원내 진출은 지난해 총선에서 민주당과의 야권연대 때문’이라고 비판하자 대응카드로 꺼낸 것이다. 핵심 당직자는 “새누리당이 이석기 사태 이후 공안정국 프레임으로 가려고 하니까 민주당은 민주주의 프레임으로 맞서는 것”이라며 “판이 다시 민주주의 문제로 돌아올 때까지 이런 태도를 유지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임성수 정건희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