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생활로 판단 흐려져” 황우여 대표, 민주 ‘뿌리’ 공격에 “종북세력의 숙주”

입력 2013-09-09 17:57 수정 2013-09-10 00:57


정치가 실종됐다. 올해 정기국회가 개회한 지 9일로 일주일이 됐지만, 여야는 의사일정 합의조차 못하고 있다.

되는 일은 없고 감정적인 대립만 격해지고 있다. 정국 파행의 중심에는 국가정보원이 있다. 새누리당은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등에 대한 국정원의 내란음모사건 수사를 계기로 민주당이 무분별한 야권연대로 종북세력의 국회 진출을 도왔다며 연일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맞서 민주당은 국정원의 대선개입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와 국회 차원의 국정원 개혁을 요구하며 장외투쟁을 계속하고 있다. 여야 간 정쟁의 빌미를 국정원이 제공한 셈이다.

여야 대치 정국은 박 대통령이 해외순방에서 돌아오는 11일 이후에나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국회가 이처럼 개점휴업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다.

새누리당은 9일 내란음모 혐의로 구속 수감된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을 국회에 진출시킨 야권연대 책임을 거론하며 민주당을 ‘종북세력의 숙주’라고 비난했다. 특히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나치 만행에 대해 거듭 사과한 점을 언급하며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한 민주당 김한길 대표에 대해선 “오랜 노숙생활로 판단이 흐려졌다”고 거칠게 공격했다.

황우여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주의 훼손세력과 무분별하게 연대해 자유민주주의에 기생한 종북세력의 숙주노력을 하지 않았는지, 또 지금도 비호하고 있지 않은지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새누리당은 자유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의 몸부림을 용공색깔이라며 험담하는 ‘역색깔론’을 경계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전날 “새누리당은 그 뿌리가 독재정권, 군사 쿠데타에 있기 때문에 민주주의 역사를 부정하고 틈만 나면 매카시즘, 종북몰이에 여념이 없다”고 비판한 데 대한 반격이다. 유기준 최고위원은 “뿌리 논쟁 이전에 야권연대를 통해 종북세력이 국회에 입성하게 한 데 대해 반성부터 하는 게 온당하다”고 가세했다.

김태흠 원내대변인은 한발 더 나아갔다. 그는 브리핑에서 “민주당 의원이 ‘귀태’ 발언으로 대통령을 비하하더니 나치까지 끌어들여 대통령을 공격하는 막말 공세를 하고 있다”며 “비약이 지나쳐도 한참 지나치다”고 비판했다. 이어 “김 대표가 할 일은 이석기 (의원) 같은 종북세력을 국회에 진출시킨 원죄를 정중히 사과하고 제명안에 적극 동참하는 것”이라며 “민주당 대표로서 국가원수에 대한 예의를 갖추라”고 덧붙였다.

홍문종 사무총장은 장외투쟁 중인 민주당에 대해 “명품 바지, 명품 티셔츠를 입고, 명품 시계를 차고 주변의 고급호텔에서 커피 마시고 식사하는 분들이 천막당사 주변과 안에서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투쟁하는 것이냐는 얘기도 있다”고 꼬집었다.

새누리당은 자신들이 정기국회 의사일정 협상시한으로 정한 이날 단독으로라도 정기국회를 강행하겠다고 민주당을 거듭 압박했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오늘까지 의사일정 협의가 되지 않는다면 책임 있는 집권 여당으로서 국민을 대신해 우선 상임위를 내일부터 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황 대표는 10일 오후 ‘2013 추석맞이 팔도 농특산물 큰잔치’ 참석차 서울광장을 방문할 예정이어서 장외투쟁 중인 김 대표와 만날 가능성이 제기된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