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들면 아픈 무릎, 줄기세포로 치료
입력 2013-09-09 17:30
퇴행성관절염 환자 이지혜(가명·54·여·경기도 성남시)씨는 줄기세포 치료를 받고 고질적인 무릎 통증으로부터 벗어났다.
40대 후반부터 시작된 무릎 통증 때문에 간간히 하던 아르바이트를 할 수 없고 평소 즐기던 산행도 못하게 되자 이씨는 지난해 서울 방배동 정형외과 병원을 찾아 줄기세포 치료를 받았다. 그동안 약을 먹거나 물리치료도 해봤지만 통증을 일시적으로 잠재우는 수준에 불과했다고 생각되어서다. 시술결과는 아주 만족스러웠다. 이씨는 “시술 후 5개월째부터 통증이 눈에 띄게 줄어들기 시작해 1년여가 지난 현재 자전거 타기와 빨리 걷기 운동도 무리 없이 할 수 있을 정도로 좋아졌다”고 말했다.
줄기세포 치료가 초·중기 무릎 퇴행성관절염 퇴치법으로 각광받고 있다. 이씨처럼 줄기세포 치료로 일상생활에 제약이 따를 정도로 심하던 무릎 통증에서 벗어난 환자들이 입소문을 내고 있어서다. 불우 퇴행성관절염 환자들을 위해 엄홍길휴먼재단과 함께 줄기세포치료제 ‘카티스템’ 시술지원사업을 펼치는 연세사랑병원 고용곤 원장의 도움말로 줄기세포 치료가 어떤 경우에 유용한지 알아본다.
◇연골 손상으로 무릎 퇴행성관절염 촉진돼=무릎 퇴행성관절염은 연골 손상으로 생긴다. 연골은 무릎 관절 내 쿠션 역할을 하며 뼈를 보호해주는 물렁뼈다. 따라서 신경세포도 없어 손상 시 완전히 닳아 무릎 관절을 이루는 위아래 뼈가 직접 맞부딪치게 될 때까지는 통증도 일으키지 않는다. 이는 무릎 통증이 심해서 병원을 찾을 경우 이미 연골이 많이 손상된 상태가 대부분이란 뜻이다.
연골 손상은 주로 노화에 의한 퇴행성 변화로 일어난다. 물론 무릎 관절의 퇴행성 변화를 유발하는 가장 큰 원인은 ‘스포츠 손상’이다. 예를 들어 테니스를 치기 위해 몸을 돌리다가, 또는 농구를 할 때 상대를 제치려 순간적으로 돌다가 무릎 부상을 당하기 쉽다. 길을 가다 넘어져 무릎에 큰 충격을 받았을 때, 조기 축구 동호회에서 상대방 태클에 걸려 쓰러질 때도 마찬가지다.
다른 무릎 질환을 초기에 제대로 치료하지 않고 방치한 경우에도 연골이 손상될 수 있다. O자형 다리, 즉 ‘내반슬 휜다리’를 그대로 두면 편측 연골 손상이 진행돼 무릎 퇴행성관절염으로 발전하게 된다. 외상에 의한 반월상(半月狀) 연골판 파열도 무릎 퇴행성관절염을 부른다.
고용곤 원장은 “심하진 않더라도 등산이나 달리기를 한 뒤 무릎이 아픈 적이 있었던 사람은 이미 무릎 관절 건강에 적신호가 켜진 것이나 다름없다. 수개월 이상 무릎 통증이 계속되거나 이유 없이 무릎이 부을 때는 연골 손상에 의한 퇴행성관절염을 의심, 검사를 받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줄기세포 치료, 초기 관절염 퇴치에 주효=퇴행성관절염을 막기 위해선 무엇보다 연골이 손상됐을 때 바로 치료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무릎 퇴행성관절염은 진행도에 따라 초·중·말기로 나뉘며, 각 병기별로 증상도 치료법도 다르다. 말기는 인공관절 치환수술 외엔 백약이 무효인 단계다. 이른바 줄기세포 치료는 연골 손상이 심하지 않은 초·중기 때 효과적이다. 줄기세포란 아직 분화하지 않은 미분화세포를 말한다. 손상돼 연골이 찢어지거나 없어져 뼈가 드러난 부위에 이 줄기세포를 바르면 연골세포가 되살아나 다시 완충 역할을 할 수 있게 된다.
치료에 이용되는 줄기세포는 성인의 골수와 제대혈(탯줄 혈액), 지방 조직 등에서 얻는다. 무릎 관절 전체를 개방한 채 시술해야 하는 인공관절 치환수술과 달리 무릎 관절 속으로 관절내시경을 넣을 0.5㎝ 내외의 구멍만 뚫고 시술하기 때문에 회복이 빠르다. 단, 줄기세포 치료 후엔 다른 수술과 마찬가지로 관절에 무리가 가는 활동을 당분간 자제해야 한다. 또 본래의 운동량을 빨리 회복할 수 있게 재활훈련도 열심히 해야 한다.
줄기세포 치료 효과는 즉각적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손상된 무릎 연골이 재생돼, 제 모습을 복구하기까지 6개월∼1년이 걸리는 까닭이다. 고 원장은 “시술 후 근력강화를 위한 재활훈련과 함께 체중조절 운동을 꾸준히 하면 회복기간을 대폭 단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