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형 칼럼] 몰트만, 임영수, ‘더 나은’ 이야기

입력 2013-09-09 17:29


베스트셀러 ‘재즈처럼 하나님은’의 저자 도널드 밀러는 ‘천년 동안 백만 마일’에서 인간은 반드시 행동이 따르는 실화(實話)를 살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어느 날, 그는 자신이 실생활을 사는 실존 인물이란 증거를 집에서 찾아볼 수 없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침대는 잘 정돈됐지만 작은 탁자 위엔 사진이 한 장도 없었다. 그는 집이 인생을 살아가는 현장이 아니라 허구 이야기의 소품들을 배치해 놓은 무대처럼 느껴졌다. 밀러는 즉각적으로 “이제, 행동이 따르는 실화를 살리라”고 결심한다. ‘더 나은 이야기’를 발견하는 것은 실화의 삶에서만 가능하다는 확신 하에 그는 길을 걷고, 달리며 자기만의 스토리를 엮어냈다. 그 생생한 경험을 통해 ‘위대한 이야기는 두려움에 지지 않는 사람들의 몫’이라고 말한다.

언론인으로서 보낸 지난 세월 동안 깨달은 것 하나는 ‘현장이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정말, 현장이 중요했다. 책상머리가 아니라 현장으로 갈 때에 살아 있는, 생생한 실화의 삶을 접할 수 있었다. 그 현장에서 접한 실화만이 살아서 생생하게 독자에게 전달될 수 있었다. 글, 특히 기사를 쓸 때에는 시의적절성이라고 번역될 수 있는 ‘렐러번스(Relevance)’가 중요했다. 제한된 지면 속에서 그 글을 써야 하는 이유를 독자들에게 밝혀줘야 했다. 제삼자나 책을 통해 접한 이야기가 아니라 직접 대면해서 어떤 스토리를 들었을 때 렐러번스는 증가한다. 요한복음에 나와 있는 대로 우리는 우리가 아는 것을 말하고, 우리가 본 것을 증언할 수 있다. 모두 아는 사실이더라도 직접 보았을 때에 증언의 강도는 높아진다.

10월 1일 서초교회에서 열리는 국민일보 창간 25주년 기념 콘퍼런스에 신학자 위르겐 몰트만 박사와 ‘모새골’을 설립한 임영수 목사 등이 강사로 나온다. ‘희망의 신학자’ 몰트만 박사는 구순을 앞두고 있다. 이번이 마지막 한국 방문일 수 있다. 조만간 몰트만 박사는 ‘신학계의 전설’로 책으로만 접해야 할지 모른다. 임 목사는 지난 10년 동안 경기도 양평의 영성공동체 ‘모새골’에서 은둔하다시피 머물렀다. 그러나 그곳에서 퍼지는 맑은 영성은 한국 교회를 잔잔하게 적시고 있었다. 그가 대중 집회인 이번 콘퍼런스에 나오는 이유가 궁금하지 않은가.

몰트만 박사와 임 목사 등의 이야기는 책을, 또는 동영상을 통해서도 접할 수 있다. 그러나 앞서 말한 대로 현장이 중요하다. 한 공간에서 이들의 모습을 직접 보고, 숨결을 느껴보고, 함께 웃을 때 우린 실화의 삶을 사는 것이다. 강단에서 말씀을 전할 목회자나 신학생들에게 그 경험은 너무나 중요하다.

개인적으로 2004년에 몰트만 박사를 처음 인터뷰했다. 그에게 마지막 질문으로 인생이 무엇인지를 물었다. 그는 “인생이란 사랑 안에 거하는 것”이라면서 “사랑에 거하고 사랑을 주는 것이 인생”이라고 답했다. 올 초 인터뷰에서 임 목사는 “목회자와 성도의 삶은 평생 하나님께 길들여져 가는 여정”이라고 말했다. ‘길들여짐’이라는 단어가 남았다. 몇 차례 글을 쓸 때에 몰트만 박사와 임 목사의 그 말들을 인용했다. 직접 대면해서 물었기 때문에 당당하게 인용할 수 있었다.

이번 콘퍼런스에서 참석자들이 ‘대면의 기쁨’을 누리기 바란다. 몰트만을 비롯해 여러 강사들의 숨결을 느껴보시라. 그들의 강연을 통해서 삶과 목회에 적용할 ‘더 나은 이야기’를 발견할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국민일보 기독교연구소 소장 t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