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에 성공하려면] 삶의 방향 명확하게 설정하고 가족 구성원 합의 필수

입력 2013-09-09 17:24 수정 2013-09-09 19:42


최근 우리 사회의 귀농 열풍은 경제발전과 도시화를 직접 이끌었던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와 함께 증가하고 있다. 산업화 시대의 주인공이었지만 부모 부양과 자녀 교육으로 그 어느 세대보다 여유가 없었던 이들에게 귀농·귀촌은 향수를 자극하는 동시에 불안한 노후생활을 위한 대안이기도 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2만7008가구가 귀농·귀촌을 했다고 한다. 이들 모두가 안정적으로 농촌에 정착하기를 바라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매년 귀농가구의 약 5%는 그 다음 해에 귀농을 포기하고 도시로 돌아온다. 최근 신문과 방송을 통해 귀농·귀촌의 장점과 성공사례에 감춰져 있던 실패사례들이 소개되면서 이에 대해 막연한 동경을 갖고 있던 이들에게 현실을 직시할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있다. 귀농·귀촌이 사회적 이슈이긴 하지만 실제 준비하고 실행하는 것은 개인의 의사결정에 의한 것이기에 실패의 책임도 개인에게로 귀착된다. 귀농의 꿈이 악몽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먼저 귀농 이후 삶의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 농사를 통해 소득을 어느 정도 확보할 것인지, 아니면 농사는 텃밭수준으로 지으면서 지금까지 해왔던 전문성을 살려 다른 일을 할 것인지 등을 면밀하게 따져봐야 한다.

이를 위해 ‘나만의 귀농·귀촌 다이어리’를 써보자. 노트 한 권을 준비해 ‘무슨 일을 할 것인지, 살고 싶은 지역은 어디인지, 지역에 정착하기 위해 준비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 하나씩 기록하고 준비해보자.

또한 귀농은 가족구성원 모두가 행복해지기 위해 내리는 결정인 만큼 가족구성원들의 합의가 필요하다. 가족원들 간 합의를 이뤄가는 과정을 기록하면서 가족원들이 원하는 농촌생활에 대한 목표와 비전을 함께 수립해보자.

가족원들이 서로 공유하는 귀농 목표와 비전이 있다면 농촌생활의 어려운 점도 쉽게 극복이 될 것이고 정착 속도도 빨라질 것이다.

다음으로 귀농·귀촌 준비에서 중요한 것은 ‘마음 준비’다. 농촌에서 성공한다는 희망을 갖고 오되, 와서는 ‘마지막이다’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해야 한다. 그러면 농촌은 그 희망에 답을 해 줄 것이다. 성공한 귀농인들의 함박웃음은 그동안 쏟아 부었던 땀과 눈물로 만들어진 것임을 기억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농촌 고유의 문화와 삶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농사를 짓기 이전에 이미 실패할 확률이 높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농업은 한두 해 짧게 봐서는 안 된다. 적어도 성공적으로 정착하기까지는 3∼5년의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꾸준히 인내심을 갖고 자연과 농촌을 알아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최윤지 (농촌진흥청 농업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