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달린다, 가족 별장 싣고… 박경찬씨 가족 카라반 캠핑 떠나던 날

입력 2013-09-09 17:04


계절의 이음새가 유독 헐거운 하루였다. 녹색 빛을 뿜어내는 나무는 아직 여름이었고, 푸른빛이 드높은 하늘은 벌써 가을이었다. 햇살은 강렬했지만 바람은 어딘가 서늘해진, 여름과 가을의 틈새를 파고들기에는 제격인 날이었다. ‘찬사마’란 닉네임을 쓰는 박경찬(38)씨 가족이 카라반 캠핑에 나섰다. 두 자녀와 안지기를 차에 태우고 검게 그을린 구릿빛 팔뚝을 차창에 걸친 박경찬씨는 씨익 웃었다.

◇“으랏차차, 가을 한 번 낚아볼까”= 주말마다 나 홀로 취미생활을 즐기던 찬사마에게 위기가 찾아왔다. 안지기의 매서운 눈초리보다 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이 발목을 잡았다. ‘어떻게 하면 좋아하는 낚시를 하면서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 고민 끝에 온 가족 공통 취미생활을 찾아냈다. 바로 오토캠핑. 안지기 김강희(38)씨는 “낚시를 위해 주로 편의시설이 없는 강가나 바닷가를 찾아 캠핑을 했다”며 “불편했지만 이제는 완벽 적응됐다”고 말했다. 한때 거의 매주 마다 캠핑을 했던 내공이 쌓인 덕분이다.

하지만 오늘은 트레일러가 가족의 뒤를 따른다. ‘이동식 별장’과 함께하니 장비에 치이는 아빠의 수고와 아이들의 불편함을 돌보는 엄마의 걱정이 한결 덜하다. 강변을 달리다 풍경 좋은 곳에 차를 멈추면 그곳이 바로 가족의 파라다이스다. 앞뒤로 돌출된 침실과 천으로 둘러싼 폴딩 트레일러는 흡사 미국 서부개척시대 포장마차 같다.

이젠 낚시도 온 가족 취미생활이다. 두 자녀 예진(13)양과 현준(6)군은 물론 안지기 김강희씨도 낚싯대를 잡고선 능숙하게 가을의 입질을 기다린다.

◇“아빠는 캠핑장 요리사”= 폴딩 트레일러는 실내 공간이 넓게 확장되고 개방감이 좋다는 장점은 있지만 화장실과 샤워시설은 없어 글램핑장으로 유명한 ‘봉서원 더시크릿가든’을 찾았다. 주인 할머니가 일일이 손으로 잡초를 제거해가며 가꾼다는 봉서원 더시크릿가든의 드넓은 잔디밭은 일곱 살 박현준군에게는 놀이터고, 전동으로 지붕이 세워지는 트레일러는 트랜스포머 놀이기구다. 트레일러 안에서 빼꼼히 고개를 내밀다가 쏙 숨어버리는 숨바꼭질이 한참동안 이어진다. 도심에선 새침데기 중학생 누나도 이때만큼은 함께 뛰어노는 좋은 친구다.

엄마는 그런 아이들의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여유를 즐기지만 아빠는 이제부터 분주하다. 가족의 만찬을 준비하느라 밥을 안치고 채소를 씻어 샐러드를 만들고 스테이크를 굽는다. 땀을 뻘뻘 흘리며 준비한 덕에 말 그대로 아빠의 땀과 노력이 깃든 요리다. 가족이 한자리에 오순도순 모여앉아 오물오물 밥 먹는 모습에 아빠는 이 모든 수고로움이 즐겁기만 하다.

찬사마 가족의 하루가 저물었다. 여름도 저물었다. 매미에게 계절의 바통을 건네받은 귀뚜라미가 또로 또로 노래를 시작했다.

트레일러란

캠핑 카라반 중에서 엔진이 달린 것이 모터 카라반이고 동력 없이 견인차에 연결하는 것이 트레일러다. 블루버드엔터프라이즈에서 수입하는 ‘스타크래프트 카미트’는 상단 부분을 접거나 펼칠 수 있는 폴딩 트레일러다. 전동으로 루프를 들어올리는 6∼7인용으로 공차중량은 740㎏. 2종 보통면허로도 끌 수 있다.

글 김 난, 사진 박효상 쿠키뉴스 기자 nan@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