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의 조건] 당김줄에 안전표시 해두는 배려… 작은 에티켓이 웃는 캠핑장 만든다

입력 2013-09-09 17:16 수정 2013-09-09 19:39


멋진 여름휴가 캠핑 다녀왔나요? 어떤 이는 가족과 함께 행복한 추억을 쌓았을 것이고 누군가는 불쾌한 경험을 맛봤겠지요. 캠핑문화가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한 과도기이기도 하고 아직까지 쉬러 간다는 것보다 놀러 간다는 의미가 커서 여름 성수기에는 여유로운 휴식을 즐기기 힘듭니다.

그런데 모든 취미가 그러하듯 캠핑에도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에티켓이 있습니다. 나만의 즐거움을 위해 다른 사람들에게 불쾌감을 준다면 그것은 취미가 아니라 민폐겠지요.

가장 문제가 되는 건 소음입니다. 다른 사람들의 행복한 여유를 망치지 않도록 22시부터 7시까지는 정숙해야 합니다. 오랜만에 만난 이들과 즐거운 시간 보내는 걸 이해 못할 바는 아니지만 다른 가족들의 휴식을 방해하면 안 되겠죠.

또 캠핑장의 사용료를 지불한 것이지 자연 훼손 권한을 위임 받은 것이 아닙니다. 다녀간 적 없는 것처럼 깔끔한 뒷정리를 해야 합니다. 자연은 우리에게 아무 것도 요구하지 않습니다. 그저 내버려달라고 할 뿐이지요.

캠핑장 내에서 차량 운행을 자제하고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다른 이의 차량통행을 막는 장비 설치는 삼가 합니다. 텐트와 타프 설치를 위한 펙은 머리끝까지 깊숙이 박고 당김줄에는 비닐이나 휴지 등 눈에 띄는 것을 매달아 걸려서 넘어지는 것을 예방합니다. 초보자의 장비를 무시하며 자신의 장비를 자랑하는 데 시간을 보내는 사람은 자신의 무지를 강조하려 애쓰는 것이니 멀리하세요. 텐트 설치가 서툰 당신에게 필요한 사람은 함께 비 맞으며 줄을 당겨줄 사람입니다.

캠핑 가서 뭐하고 시간 보낼까요? 입문자들은 장비를 설치하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아침 먹고 설거지하면 금방 점심시간 돼 여유를 즐기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조금만 경험이 쌓이면 그런 시간은 줄어들고 주변을 돌아보게 될 겁니다. 가벼운 산책길에 야생화를 찾아보고 곤충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시골 장이나 문화유적도 찾게 됩니다. 아이들은 나뭇가지 하나로도 재미난 놀이를 만들어내죠.

무엇보다 가족간의 대화가 끝없이 늘어납니다. 부부 간의 문제, 일상의 고달픔에 대한 진지한 대화를 나눌 수도 있지만 아이들의 시시콜콜한 이야기로 가족의 행복이 커지게 됩니다. 그러니 2박3일이 결코 긴 시간은 아니겠죠. 이웃 캠퍼에게 초대 받더라도 너무 오랜 시간 머물지 마세요. 당신의 가족은 가족만의 시간을 기대하니까요.

김익성 (‘와편의 오토캠핑탐구생활’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