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되찾아준 캠핑… “텐트안에서 대화가 시작됐어요”
입력 2013-09-09 17:16
캠핑은 무엇인가. 캠퍼들에게 물었다. 캠퍼 A씨는 ‘휴식’이라고 답한다. B씨는 ‘체험’이라고 얘기한다. 이 외에도 ‘우리만의 개성’, ‘특별한 여행’, ‘행복 찾기’ 등 캠핑에 대한 생각은 제각각이다. 단 이 다양한 표현들은 결국 하나의 꼬리를 물고 있다. 바로 ‘우리’ 또는 ‘가족’이다.
◇캠핑, 가족 소통의 대안… 공간 속 공유= 아쉽게도 여가활동의 수단은 많지 않다. 게다가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놀이문화는 더욱 찾기 힘들다. 캠핑 인구가 300만명을 바라보고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텐트 또는 카라반 같은 독립적 공간에서 가족은 가족을 보게 된다.
2년차 캠퍼인 정승락(가명)씨는 “캠핑이 답이었다”고 말한다. 정씨는 캠핑을 통해 가족을 되찾았다. 정씨의 가족이 심각한 부부문제를 안고 있었거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놓였던 것은 아니다. 정씨는 “소원했던 가족과 전에 없던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며 “이젠 집사람과 아이들이 안고 있는 고민을 듣고, 얘기하고, 공유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위기의 가정이 본래부터 위기를 안고 있지 않았던 것처럼 스트레스에 시달린 오늘의 식구들을 보듬어줄 수 있는 통로가 필요한 것이다. 캠핑을 ‘매직(마술)’에 비유한 4년차 캠퍼 이재훈(가명)씨는 “인사만 하고 방 안으로 들어가던 딸을 다시 내 앞으로 데려다 준 게 캠핑이었다”고 고백했다.
◇장벽으로 가로막힌 캠핑… 대중화 걸림돌= 가족 소통의 대안으로 떠오른 캠핑을 문화로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먼저 캠핑의 벽을 허물어야 한다. 관련 업체들이 ‘품질 향상’을 명분으로 텐트를 비롯한 장비 가격을 지속적으로 인상하면서 캠핑을 일종의 사치로 여기는 분위기도 없지 않다. 직장인 조현규(가명)씨는 “캠핑을 하고 싶은 마음은 진작부터 있었지만 월급을 쪼개 고가의 장비를 구입한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고 하소연한다.
정부는 캠핑을 가족이 즐기는 국민여가로 추천하고 있지만 기반 확보는 미진하다. 김명환 한국오토캠핑연맹 사무총장은 “업체의 자정 노력을 말하기 전에 정부가 전개하는 국민여가캠핑장만이라도 대중에게 텐트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며 “대중이 부담을 덜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까지 집계된 전국 캠핑장 수는 1100여 곳에 달한다. 이 중 자연휴양림이나 청소년야영장 등 공공캠핑장은 320여곳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모두 민간 운영 캠핑장이다. 우려되는 점은 우후죽순 생겨난 민간캠핑장에 대한 운영 및 관리 기준이 정비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안전도, 위생도 방치돼 있다. 기존 캠핑장이 안고 있는 부실과 한계를 보완하고 이를 거울삼아 새로운 캠핑장을 구상해 나가야 한다.
◇‘캠핑 접목’ 프로그램을 발굴해야= 최근엔 그저 먹고 노는 캠핑장 분위기를 쇄신하고자 하는 캠퍼들의 수도 늘고 있다. 캠핑과 접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찾고 있는 것이다. 가령 가족 건강 체크, 우울증 개선 프로젝트, 우리 아이 심리 치료 등의 프로그램이 캠핑장 안에서 병행된다면 가족들은 값비싼 해외여행을 통해서도 얻기 힘든 소중한 경험을 집으로 가져갈 수 있다. 가족을 끌어안는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발굴하고 활성화시킬 필요가 있다.
지자체별 탐방코스도 특성화를 통해 일조해야 한다. 캠핑장을 벗어나 가족이 추억을 만들 수 있는 범위를 조금씩 넓혀가는 것도 바람직하다. 심형석 캠핑아웃도어진흥원장은 “캠핑은 가족이 함께 하는 아웃도어 활동의 베이스캠프 역할을 해야 한다”며 “시작은 캠핑이지만 주변의 모든 지역 자원이 가족 활동의 코스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성일 쿠키뉴스 기자 ivemic@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