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익∼, 웅∼, 삐∼ 귓속에서 혹시 정체불명의 소리가 들리나요

입력 2013-09-09 18:57


신경 쓸수록 요란 ‘이명(耳鳴)’ 일단 무시도 효과

공포영화를 보면 다른 사람은 듣지 못하는 소리를 주인공만 듣는 경우가 있다. 두려움을 느낀 그는 그 소리를 듣지 않으려 노력한다. 하지만 소리는 점점 더 크게 들린다. 영화뿐 아니라 현실에서도 이런 경우가 있다. 갑자기 자신의 귓속에서 ‘쉬익∼’ 또는 ‘웅∼’ ‘삐∼’ 하는 정체불명의 소리가 들리는 경우다. 바로 귀 울림, 이명(耳鳴)이다.

시도 때도 없이 나타나는 이명을 겪으면 이러다 귀가 아예 안 들리게 되는 것은 아닐까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명 때문에 청력이 더 나빠지는 경우란 없다. 메니에르병이나 청신경종양과 같이 달팽이관을 손상시켜 이명을 동반하는 귓병이 청력을 떨어트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대한이비인후과학회가 제정한 제47회 귀의 날(9일)을 맞아 이명이 왜 나타나는지, 어떻게 해야 퇴치할 수 있는지 알아본다.

◇이명, 귀 안에서 소리 들리는 이상 소음=이명은 외부에서 발생하는 소리는 없으나 귀 안에서 소리가 들리는 증상이다. 일명 귀 울림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잠시 생겼다가 사라지기도 하지만 이상한 잡음이 귀 안에서 계속되기도 한다.

소리는 ‘삐∼’하는 소리가 가장 흔하다. 이밖에도 사람에 따라 매미소리, 물소리, 쇳소리, 바람소리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이명은 한 번 들리기 시작하면 점점 더 또렷하게 들리게 된다. 이는 환자 자신이 이명에 신경을 쓰면 쓸수록 심해지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이명은 발생 부위에 따라 청각계 내부에서 발생되는 이명과 청각계 주변부에서 발생되는 이명으로 나뉜다. 먼저 청각계에서 발생되는 이명은 이명의 성질에 따라 원인 질환이 다르다. 외이도의 귀지 및 이물, 외상성 고막 천공, 삼출성 중이염 등이 원인일 때는 저음의 이명이 간헐적으로 나타난다. 반면 이명이 심장 박동하듯 주기적으로 나타날 때는 급성 중이염을 의심해야 한다.

또 소음성 난청이나 노인성 난청, 돌발성 난청, 외상성 난청, 메니에르병, 이(耳)경화증 등이 있을 때는 지속적으로 ‘삐∼’ 소리와 같은 고음 영역의 이명이 난청 증상과 함께 나타난다. 청신경종양 때문에 달팽이관이 손상됐을 때는 청력 상실과 더불어 한쪽 귀에만 이명이 나타나는 일측성 이명이 동반된다.

고혈압, 동맥경화, 심장질환, 혈관기형, 혈관성 종양, 빈혈, 갑상선 질환, 당뇨와 근육경련, 턱관절이나 목뼈의 이상 등 청각계 주변부의 이상에 의해서도 이명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원인 파악 후 소음에 적응하는 재활치료 필요=어느 경우든 먼저 원인을 파악하고, 그 원인을 해소하는 것이 치료의 원칙이다. 그러나 이명 환자 10명 중 약 8명은 분명한 원인을 알 수 없는 경우가 많아서 좀처럼 치료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최근 들어 귀에서 들리는 각종 소음에 익숙해지게 훈련을 시키는 재활치료에 의료계가 부쩍 관심을 기울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명재활치료란 한마디로 대뇌의 소리여과기능을 강화해 이명으로부터 벗어나도록 도와주는 방법이다.

가톨릭의대 서울성모병원 이비인후과 박시내 교수는 “마치 우리가 일상생활 중 흔히 듣지만, 무시하고 사는 보일러나 냉장고 돌아가는 소리처럼 습관화시켜 이명에 따른 괴로움을 줄이는 훈련”이라고 설명했다.

이명재활치료는 크게 3단계 과정으로 진행되는데, 정확한 검사결과를 근거로 이명의 원인이 청신경 손상이나 뇌종양 등 중대 질병 때문이 아니라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환자가 느끼는 동일한 주파수와 동일한 크기의 잡음(소음)을 음악과 합성해 하루 2시간 정도씩 듣는 훈련을 반복해 소음은 물론 이명에도 익숙해지게 한다.

일상생활 중의 노력도 필요하다. 우선 귀에 이어폰을 꽂고 MP3를 세게 트는 등 큰 소리에 노출되는 환경을 되도록 피해야 한다. 또 꾸준히 운동을 통해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고혈압을 유발하는 과도한 소급 섭취를 줄이는 것이 좋다. 커피나 차, 콜라 등과 같이 자극적인 기호식품도 좋지 않다. 과음이나 폭음 행위 역시 자제해야 한다.

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장선오 교수는 “귀에 거슬리는 잡음 때문에 예민해지지 않도록 무시하려고 노력하는 일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