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전쟁] ‘보은 메달’ 한국에 감사의 뜻 전달 美 클라크 대령

입력 2013-09-08 19:52


“DMZ 폐철조망 메달 목에 건 참전용사들 벅찬 감동”

“메달을 목에 건 순간, 참전용사들은 젊었던 시절로 잠시 돌아가는 듯했습니다. 함께 돌아오지 못한 전우를 떠올렸고, 전혀 알지 못했던 나라에서 평화를 위해 싸웠던 감격스런 순간을 회상했습니다.”

비무장지대(DMZ) 폐철조망을 녹여 ‘보은 메달’을 제작해준 한국에 감사의 뜻을 전하려 방한한 데이비드 클라크 대령은 지난 7월 27일 워싱턴에서 열렸던 정전 60주년 기념행사 상황을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미국 국방부의 한국전쟁 정전60주년 기념사업위원회 사무국장인 그는 6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참전용사들은 벅차오르는 감동에 눈시울이 붉어졌고 자식들 손을 잡고 메달을 어루만질 때는 뿌듯한 미소가 번지기도 했다”며 “폐철조망 메달이란 설명을 듣는 참전용사들 표정에서 자부심을 볼 수 있었다”고 했다. 클라크 대령은 워싱턴 행사에 참석하지 못한 참전용사들로부터 많은 문의가 온다며 보은 메달을 추가로 제작할 수 있는지 묻기도 했다.

그동안 미국에서는 한국전쟁을 ‘잊혀진 전쟁’이라 불렀지만 정전 60주년을 기해 ‘잊혀진 승리’로 문구를 바꿨다. 그는 “사실 미국인들에게 한국전쟁은 유명하지 않다. 하지만 더 이상 잊혀진 전쟁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며 “한국전쟁을 통해 한·미 동맹의 의미를 재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전 60주년 행사를 성공적으로 마쳤지만 위원회는 앞으로 한국전쟁을 알리기 위해 해야 할 일이 많다고 했다. 인터뷰 내내 온화한 미소를 머금었던 그였는데 “시간은 그들(참전용사)을 기다려 주지 않는다”고 말할 때는 심각해졌다. 클라크 대령은 “많은 이들이 세상을 떠났기 때문에 참전용사를 찾는 작업이 시급하다”며 “이들의 사연이 사라지지 않도록 역사적 사료로 남길 것”이라고 말했다.

젊은 세대를 위한 교육도 강조했다. 위원회는 젊은 세대에 한국전쟁을 알리기 위해 웹사이트, 전자책, 위키피디아 등으로 교육을 진행할 계획도 밝혔다. 클라크 대령은 “참전용사들의 사연은 전쟁에 대해 알리는 강력한 교육 자료가 될 수 있다”며 “후손들에 의해 보존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지역사회 공동체를 통해 참전용사들과 젊은 세대가 한자리에 모여 전쟁 당시 상황을 직접 듣는 등 보은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그는 전쟁을 잊고 사는 한국의 젊은 세대를 향해 “한국전쟁은 반드시 알아야 할 한국의 역사”라며 “정전 60주년은 역사를 바로 알고 교육하는 전환점이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