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광주 숨·쉼교회 안석 목사] 교회에 카페·도서관… “권위 버리니 기도가 잘돼요”

입력 2013-09-08 19:32


광주광역시 수완동의 숨·쉼교회(안석 목사)는 기독교대한감리회 전용재 감독회장이 국민일보와 인터뷰에서 “감동을 받았다”고 칭찬한 곳이다. 과연 어떤 교회일까. 지난 4일 광주 숨·쉼교회를 찾아갔다. 1층에는 전 감독회장의 말대로 도서관과 카페가 있었다.

“목사님 뵈려고 왔습니다.” “아, 대표님이요? 잠깐만 기다려주세요.”

잠시 뒤 안석 목사가 내려왔다. 왜 목사가 아니라 대표라고 불릴까.

“우리 동네에선 아저씨, 사장님 뭐 이렇게들 저를 부르세요. 저도 처음엔 익숙하지 않았어요. 저희 아내도 동네 언니, 동생, 아니면 이름으로 부르세요.”

-도서관과 카페 사장입니까, 교회 목사입니까.

“저에게는 카페와 도서관도 교회입니다.”

-카페와 도서관이 어떻게 교회가 되나요.

“현대인들은 하나님에게서 멀어져 소비하고 소유하는 데에서 쾌감을 느끼잖아요. 저희는 도서관과 카페를 통해서 소비·소유의 문화에서 벗어나 어떻게 하면 창조의 질서를 거룩하게 지킬 것인가, 어떻게 하면 창조주 앞에서 겸손하고 아름답게 살아갈 것인가, 이런 메시지를 전하지요.”

교회가 마을 속에 자리잡기 위해선 목사가 먼저 동네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안 목사의 이야기였다. 그래서 사람들이 아저씨, 사장님이라고 부르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다. 오히려 기뻐했다. 대형교회 목사의 딸로 자라고 신학대를 거쳐 목회자의 아내로 살아온 사모는 동네 언니로 살아가는 지금이 “사람으로 사는 것 같다”고 한다. 안 목사는 2010년 이 곳에 교회를 개척한 뒤 사모와 함께 화장실 청소와 설거지를 했다.

-그게 쉬웠습니까.

“쉽지 않았죠. 저희 부부가 하루 12시간 이상을 카페에 붙어 있어야 했거든요. 목사로서의 권위적인 모습을 버려야 한다고 머리로는 받아들였지만, 삶의 스타일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았어요. 회의감도 많이 느꼈어요. 그런데 결국엔 그게 은혜의 과정이었어요.”

-왜요.

“설거지할 때가 가장 기도가 잘됩니다. 예복 입고 설교하고 축도하는 목회자이지만, 제단에서 내려오면 화장실 청소하고 설거지하는 한 사람의 인간으로 살아가는 것을 몸에 익혔지요.”

-카페, 도서관, 이런 목회를 선택한 이유는요.

“교회가 외적인 성장에 매달리고, 목회자 중심으로 운영되는 현재의 패러다임을 벗어나지 못한다면, 아무리 개혁이나 변화를 말해도 결국엔 한계를 극복할 수 없어요. 단순히 카페나 도서관을 하는 것이 아니라, 교회가 세상 속에 파고들어가 세상과 만나기 위해 이런 시도를 한 것이죠.”

-목사님께 목회는 무엇인가요.

“저는 분명해요. 목회는 삶이에요. 예수님을 그리스도로 고백하는 사람이라면 다 목회를 해야 해요. 가운 입고 설교하고 심방 다니는 것만 목회가 아닙니다. 삶의 현장에서 예수님이 말씀하신 복음을 실현해내는 삶 자체가 목회라고 저는 봅니다. 저부터 사람을 동원해야할 대상으로 보거나 목회자로서 체면을 차려야하는 관계로 만나는 게 아니라 동네사람으로 만나면서 영혼으로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행복을 느낍니다.”

광주=글·사진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