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4대강 조사, 객관성·중립성에 성패 달렸다

입력 2013-09-08 19:34

다양한 전문가 참여해야 국민적 의혹 해소할 수 있어

정부가 지난 6일 구성을 완료한 4대강 조사·평가위원회(4대강 위원회)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4대강 사업에 찬성했던 인사들이 대거 포함돼 위원회 활동의 중립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게 논란의 핵심이다. 환경운동연합 등 4대강 사업 반대 시민단체들은 ‘결론을 미리 정해놓고 짜맞춘 위원회’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정홍원 국무총리 주재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찬성이나 반대 측 인사를 제외한 중립적 전문가로만 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위원장을 비롯해 15명 위원 가운데 상당수가 4대강 찬성파라는 게 시민단체의 주장이다. 특히 위원장인 장승필 전 대한토목학회장이 대표적인 4대강 사업 추진론자였다는 데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그는 지난해 4월 언론 인터뷰에서 “4대강 사업은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결과적으로 진행될 사업이었으며, 누군가는 해야 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그 시기를 조금 앞당겼을 뿐”이라며 4대강 사업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역설했었다.

사단은 정부가 중립성 약속을 어긴 데서 생겼다. 감사원이 올 초 “4대강 사업은 대운하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감사 결과를 발표한 뒤 이에 대한 국민적 의혹을 해소할 목적으로 구성된 게 4대강 위원회다. 정 총리도 “4대강 사업에 대해서 철저하고 객관적으로 조사·평가해 한 점 의혹이 없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정 총리 바람대로 진행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가기도 전에 중립성 시비가 들끓고 있으니 애당초 ‘객관’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4대강 사업은 22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국가 예산이 투입된 이명박정부의 대표적 국책사업이다. 홍수 방지와 수자원 확보라는 긍정적 측면이 있지만 그 못지않게 환경파괴 등 부정적 효과 또한 심각한 게 사실이다. 의견도 팽팽하게 맞서 있다. 잘잘못을 제대로 파악하려면 최우선적으로 선입견을 배제해야 한다. 한쪽 진영에 속해 있을 경우 그 진영논리에 매몰되기 십상이다.

첫 단추가 잘못 끼워졌다. 정부의 상황 인식이 안이하다고밖에 할 수 없다. 비중립적 위원회를 구성해 놓고 감사원장이 물러날 정도로 민감한 사안을 객관적으로 조사하겠다는 그 발상이 놀랍다. 찬반 양측 모두 수긍할 수 있는 위원들로 위원회를 구성해도 뒷말이 적지 않을 텐데 4대강 사업 조사를 하겠다는 의지가 있었다면 이런 식의 위원회 구성은 꿈도 꾸지 않았을 것이다.

찬성파 위주로는 의혹을 해소하기는커녕 논란만 가중시킬 뿐이다. 구성이 잘못됐다면 새로 구성해야 마땅하다. 이르면 이를수록 좋다. 구성 방식도 기존의 토목 관련 인사 중심에서 벗어나 환경, 생명 등 보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도 포함시켜야 한다. 그래야 4대강 사업의 전체 윤곽을 파악할 수 있다. 조사의 성패는 객관성, 중립성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