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5시간 선택제 일자리, 일선 공무원 양보 필수적
입력 2013-09-08 19:22
고용노동부가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우선 공공기관에서 9000명(일 4시간 기준)의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만들기로 했다. 8일 고용부가 발표한 고용률 70% 달성을 위한 핵심 과제 및 주요 추진계획에 따르면 수요 조사를 거쳐 내년부터 2017년까지 공공부문에 ‘1인 8시간 전일제’ 근무 외에 ‘2인 5시간 선택제’를 추가로 도입키로 했다. 시간선택제 근로자는 시간당 임금과 승진 등에서 전일제 일반직 공무원과 동등한 대우를 받게 된다고 한다. 근로시간 단축과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 창출이라는 전략 아래서는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본다.
그렇지만 언급되지 않은 중요한 전제들이 있다. 시간선택제를 기존 일자리를 쪼개서 만들 것인지, 새로운 일자리로 늘릴 것인지, 또한 주변부 직무가 아닌 핵심 직무에도 시간제 일자리를 만들 것인지 결단해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에 반듯한 선택적 시간제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서는 정원 증가, 세출 증대, 공무원 연금 재정 악화 등의 문제를 낳는다.
기존 일자리를 쪼개는 것도 결코 쉽지 않다. 기존 공무원의 경우 자신의 직무에 선택적 시간제 공무원이 더 늘어나면 최소한 초과근로수당이라도 줄어들게 돼 있다. 급여가 줄어드는 불이익 외에도 자신의 업무를 더 많은 공무원과 공유하는 데 따른 거부감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관청별로는 업무의 일관성을 지키기 위한 교육 및 인수·인계 매뉴얼이 미비한 곳이 대부분일 것으로 여겨진다. 또한 전일제와 시간제 사이의 이동이 원활해야 한다. 그렇지만 우리나라 조직문화상 기존 정규직 공무원이 개인 사정이나 육아 편의를 위해 시간제 근로를 선택하기도 쉽지 않다. 장시간 근로와 조직 충성도 위주의 평가관행 등 공무원 조직문화를 바꿔가야 한다.
시간제 일자리를 활성화하려면 시간제를 핵심 업무에 우선적으로 할당해야 한다. 정부는 시간제 일자리 직종으로 국·공립 교사와 영양사를 들고 있다. 지자체의 경우 상습적 초과근로를 하는 일선 동사무소의 사회복지 서비스 업무, 중앙정부의 경우 고용센터 등 인력이 부족한 대국민 서비스 부문에 우선적으로 일자리를 나누고, 충원하는 게 바람직하다. 주로 중년 여성들에게 적합한 직종들이다. 네덜란드는 차별 없는 시간제 일자리 도입 이후 고용률과 생산성이 높아졌고, 일자리 분포에서도 단순노무직보다 오히려 사무·전문직이 많이 늘어났다.
네덜란드의 성공 사례에서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전제가 있다. 1982년 네덜란드의 루버스 총리는 정부부터 솔선수범하겠다면서 공무원 임금부터 삭감했다. 이후 노와 사가 비로소 임금 동결과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합의했다. 좋은 시간제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정부만이 아니라 결국 노사 각자의 양보를 전제로 서로가 협력해야만 한다. 이는 민간부문만이 아니라 공공부문도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