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소방관들 얼마나 숨져야 대책 내놓을 건가

입력 2013-09-08 19:05

소방관들과 관련된 안타까운 통계자료 하나가 8일 나왔다. 소방방재청이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소방공무원이 32명이라고 밝힌 것이다. 한 해에 평균 6명 이상이 자살한 셈이다. 우리나라 전체 소방관이 3만7000여명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적은 숫자가 아니다. 같은 기간 순직한 소방관 35명과도 거의 맞먹는다.

자살률이 높은 이유는 각종 화재나 재난 현장을 자주 접해야 하는 직업적 특성 때문일 것이다. 지난해 소방방재청이 소방공무원들을 상대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13.9%가 PTSD 위험군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불에 타 새까맣게 변해버린 시신을 수습하거나 거대한 불기둥에 깔려 죽을 뻔했던 경험, 바로 옆의 동료 소방관이 부상당해 절규하던 기억 등으로 상당수 소방관들이 정신적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불안심리가 자살로 이어지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듯하다.

소방관들의 격무도 심각한 문제다. 우리나라 소방관 한 명이 담당하는 국민은 1200여명으로 일본(820명)이나 미국(1075명)보다 많다. 주당 근무시간은 56시간이나 된다. 소방관 수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고품질 방수복이나 방화복 구비율도 선진국에 미치지 못하는 등 장비 또한 열악하다. 비록 2001년 기준이지만 한국인 평균 수명이 76.5세였을 때 소방관 수명은 불과 58.8세였다는 점도 되새겨봐야 할 대목이다.

그래도 대부분의 소방관들은 무한한 자부심과 긍지를 갖고 업무에 임하고 있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화마(火魔)와 싸우는 소방관들을 위해 우리 사회가 해야 할 일은 많다. 소방전문병원 신설 문제는 종종 거론되고 있으나 아직 결실이 없다. 경찰병원처럼 소방전문병원을 하루빨리 세워야 할 것이다. 처우 개선도 서둘러야 한다. 소방 업무가 광역자치단체 소관이지만 중앙정부가 지금처럼 소극적인 자세를 유지해선 안 된다. 총 소방예산 가운데 국고 지원액이 1.8%밖에 안 된다는 게 말이 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