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윤필교] 일상을 반올림하는 문화축제
입력 2013-09-08 19:05
뜨거웠던 여름도 가을에 자리를 내어주고 서서히 막을 내릴 즈음, 시청 앞 서울광장에는 이색적인 풍경이 펼쳐졌다. 광장 뒤쪽에는 도심 캠핑을 즐기려는 텐트가 하나 둘 들어서고, 앞쪽에는 가족과 친구, 연인들이 삼삼오오 둘러앉아 해설이 있는 오케스트라 연주를 감상하며 늦여름 밤의 정취를 즐기고 있었다. ‘서울 야(夜) 놀자’란 주제로 열린 ‘2013 서울문화의 밤’ 풍경이다.
경쾌한 우쿨렐레 연주로 시작된 서울시민합창페스티벌은 시각장애인으로 구성된 라파엘 코러스의 영혼을 울리는 합창에 이어 밤벨(bambell) 연주, 하모니카 오케스트라 연주를 선보였다. 그날 저녁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500여명의 시민들이 참여한 밤벨 연주였다. 대나무로 만든 악기를 손에 든 사람들이 야외무대를 가득 채우자 지휘자가 악기 다루는 법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지휘자가 오른손을 들어 검지손가락 하나를 펴자 수십 개의 대나무 울림통이 서로 부딪혀 딸각딸각 하는 소리가 났다. 손가락 둘을 펴자 조금 더 높은 소리가 났다. 손가락 셋을 폈을 때 음율이 되었고, 손가락 넷을 폈을 때 음악이 흘렀다.
13음계로 구성된 인도네시아 전통악기 밤벨은 악기 하나가 한 가지 소리만 내는 것을 일반적으로 많이 쓰는데, 여러 개의 밤벨이 모이면 멋진 연주를 할 수 있다. 지휘자의 손가락 신호를 따라 ‘오빠생각’ ‘등대지기’ ‘Mother of Mine’ 밤벨 연주가 밤하늘에 잔잔히 울려 퍼지자 유치원생부터 실버세대에 이르기까지 1000여명의 연주자와 관객이 어우러져 손에 손을 잡은 듯 하나 되는 감동이 밀려왔다. 아름다운 밤벨 연주에 매료된 나는 한 달 치 감성을 충전한 느낌이 들었다.
2008년 시작해 올해로 6회를 맞이한 ‘서울문화의 밤’은 심야까지 서울 주요 지역의 박물관, 미술관, 공연장 등 문화예술시설을 연장 개방하고 각종 문화프로그램을 운영해 서울시민과 국내외 관광객이 서울의 밤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문화예술 행사로서 해가 거듭할수록 시민들의 참여와 호응이 높아지고 있다.
문화는 이제 우리 시대 중요한 키워드가 되었다. 삭막한 도시생활에서 환경과 인간이 조화를 이루는 문화, 세대와 계층, 지역을 넘어서 함께 공감할 수 있는 문화가 필요한 시대다. 서울 구석구석에 있는 매력적인 명소를 찾아내고, 다양한 문화프로그램을 새롭게 개발함으로써 내년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해 일상을 반올림하는 멋진 문화축제가 되길 바란다.
윤필교(기록문화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