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조PD “제작자·뮤지션인 내 삶을 담았죠”
입력 2013-09-09 06:58
15년 전 PC통신을 통해 자신이 직접 만든 음악 파일을 올리며 파란을 일으켰던 조PD(본명 조중훈·37). 그의 색다른 행보에 대중은 열광했고 그의 곡 ‘브레이크 프리(Break Free)’는 일주일 만에 다운로드 2만여 건, 1집 앨범 ‘인 스타덤(In Stardom)’은 50만 장이나 팔렸다. 2010년 갑작스러운 잠정 은퇴 선언을 하고 무대를 떠난 조PD는 제작자로 변신해 아이돌 그룹을 키우다 계약 분쟁에 휘말리는 등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그랬던 그가 최근 미니앨범 ‘인 스타덤 버전 3.0(In stardom V3.0)’을 발매하고 뮤지션으로 돌아왔다. 지난 4일 서울 이태원동에서 만난 그는 “이번 앨범에 삶과 시간(Life&Times)을 담았다”고 했다. 그간 제작자로, 뮤지션으로 살면서 하고 싶었던 이야기들을 자연스레 음악으로 표현했다는 의미다.
“소설을 쓰거나 트렌디한 음악을 만들기보단 제 삶의 무대를 표현하고 싶었어요. 작업을 하면서 음악의 소중함을 느꼈고요. 20대 래퍼들이 할 수 없는 얘기들을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차별화가 된 것 같아요.”
타이틀곡인 ‘메이드 인 이태원’은 프로듀서 진보(Jinbo)와 사석에서 만나 대화를 나누면서 이태원 거리를 스케치한 곡. 완성에 고작 1시간이 소요됐을 정도로 즉흥적이었다. 이 외에도 록 장르의 ‘달라진 건 없어’, 알앤비(R&B) 장르의 ‘잇 워즈 어 베리 굿 이어(It was a very good year)’, 직접 부른 발라드 곡 ‘이건 아니지 않나 싶어’ 등이 수록돼 골라듣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기억으로의 여행, 이별의 아픔과 자조 등이 담담한 어투로 담겨 있다.
마지막 트랙에 담긴 곡 ‘썩은 XXX3’에선 최근 힙합 뮤지션 사이에서 벌어진 ‘디스(diss)전’을 겨냥한 듯한 가사도 보인다. ‘귀 얇고 경험 없고 순진하기 만한 꼬마들이 리트윗(retweet)하듯 퍼 나르는 세계’ ‘네 머릿속엔 오직 이건희 머니(Money)…’ 등 다소 자극적인 내용이다.
그는 “디스전이 일어나기 전 만든 곡”이라며 “물질지향적으로 가는 힙합판에 의문이 들었다”고 입을 열었다. “요즘 힙합이 주목받고 있는 것은 오랜 노력의 결실이겠죠. 힙합이 주목을 받을수록 자기 절제가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해요.”
그는 제작자로서도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있다. 올가을 데뷔 예정인 13인조 남성 힙합그룹을 설명할 때는 자신감 넘치는 ‘사장님’ 표정을 지었다.
“음악 작업이 ‘셀프’로 가능하다는 생각으로 제작자의 길을 시작했는데 실상은 완전히 달랐어요. 재정, 마케팅, 홍보에도 큰 비중이 있었죠. 축적된 노하우가 아까워 제작을 계속해야 할 것 같긴 해요(웃음). 원석을 최대한 잘 가공해 보여드리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