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라운지-정원교] 불법거래 ‘베이징 호적’ 가격은?

입력 2013-09-08 18:47


“집을 살 수 있고 교육상 혜택을 받는 것만 해도 베이징 후커우(戶口·호적)의 가치는 54만 위안(약 9700만원)은 됩니다.”

요즘 베이징에서는 후커우 불법 거래가 성업 중이다. 후커우 중개인들은 인터넷에서 QQ(메신저에 해당) 등을 이용해 고객과 흥정을 한다. 이들은 베이징 후커우를 갖게 되면 명문 ‘베이다(北大·베이징대)’에 입학할 확률도 40배나 높아진다고 유혹한다.

왜 이 같은 일이 벌어지는 걸까. 외지인이 아무나 베이징 후커우를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결혼을 하거나 공무원이 되거나 해외 유학을 갔다 오는 등 8가지 조건을 갖추면 베이징 후커우를 손에 넣을 수 있지만 이게 말처럼 쉽지 않다. 다른 대도시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베이징의 경우 후커우 없이는 집이나 차도 마음대로 살 수 없다. 일종의 ‘표류하는 삶’을 살 수밖에 없는 것이다. 베이징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을 가졌더라도 후커우가 없어 불편을 겪는 젊은층은 부지기수다.

농민공은 아무리 오래 베이징에 살았더라도 자녀를 이곳 대학에 보내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경제적으로도 쉽지 않지만 다른 성(省) 출신이 베이징, 상하이 등 대도시 대학에 진학할 때는 이들에게 극소수 쿼터만 주어지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이 같은 제한을 완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나 아직 흉내 내기 수준이다. 베이징에서는 공무원 시험에서도 후커우 소지를 조건으로 내세우기도 한다. 네티즌 사이에서 베이징 후커우를 갖고 있으면 무려 80여 가지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이러니 베이징 후커우 암시장 가격은 갈수록 치솟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6만∼7만 위안 수준이었으나 지금은 20만 위안도 넘는다. 인민일보 기자는 최근 심층취재 기사를 통해 베이징 후커우 하나에 40만∼50만 위안을 주는 것도 무리가 아니라고 전했다.

중국 새 지도부가 추진하는 신형 도시화 정책에는 후커우제도 개선도 포함돼 있다. 도시에 장기간 거주한 농민공에게 점차 후커우를 주는 방안도 그중 하나다. 하지만 후커우 암시장이 단기간에 자취를 감출 것으로 기대하긴 어렵다. 도시와 농촌 간 격차가 좁혀지는 데 시간이 걸릴 테니까.

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