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워진 美·佛… 멀어진 美·英

입력 2013-09-08 18:47

시리아의 화학무기 사용에 대한 군사제재 추진을 계기로 미국과 프랑스의 관계가 급속도로 가까워지고 있다. 반면 전통적으로 미국의 최우선 우방인 영국과의 관계는 지난달 29일 영국의회의 시리아 참전 결의안 부결 이후 옛날 같지 않은 양상이다.

프랑스를 방문 중인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7일(현지시간) 파리 시내 한 모임에서 독립전쟁 시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미국과 프랑스의 관계를 짚었다. 특히 그는 8분 동안의 연설을 유창한 프랑스어로 해 미국이 프랑스에 보내는 ‘러브레터(연애편지)’나 마찬가지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에 질세라 로랑 파비위스 프랑스 외무장관은 이날 공동 기자회견에서 영어로 답변하는 ‘파격’을 보였다. 프랑스 외무장관이 공식석상에서 영어로 얘기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특히 파비위스 장관은 한때 기자가 영어로 질문하자 “우리는 프랑스를 씁니다”고 면박을 준 장본인이다.

시리아 사태를 둘러싼 미·프랑스의 밀월은 이라크전쟁 때를 생각하면 금석지감이다. 프랑스는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강력히 비난하고 사사건건 비협조로 일관했다. 그러자 당시 미 의회는 프랑스에 대한 반감을 표시하는 상징적인 조치로 구내식당 메뉴에서 프렌치 파이를 없애기도 했다. 반면 영국은 미국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당시 영국 총리 토니 블레어는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푸들이라는 굴욕적인 별명까지 들었다.

한편 미국과 프랑스는 7일 유럽연합(EU)이 강경 대응을 촉구한 후 시리아 군사공격에 대한 국제적인 지지가 증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케리 장관은 공동 기자회견에서 군사개입에 참여를 준비하는 나라가 ‘두 자리 숫자’에 달했다고 전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