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먼사태 5년] 체질 단단해진 한국경제… ‘저성장 덫’에 안심 이르다

입력 2013-09-08 18:40


2008년 9월 15일 미국 투자은행(IB)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했다. 뒤따른 월가발(發) 금융위기는 세계 금융시장을 덮쳤고, 유럽은 재정위기에 빠졌다. 5년이 흘렀지만 금융위기는 진행 중이다. 미국의 출구전략 언급에 신흥국 시장이 출렁대고 있다. 한국은 기초체력이 탄탄해졌지만 저성장 기조로 진입하고 있어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에 대응하는 정부 자세는 ‘유비무환(有備無患)’이다. 경상수지 흑자행진 등 위기를 겪고 있는 신흥국과 차별화를 이루고 있지만 정부는 예상되는 단기적 금융시장 충격에 대비하고 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결과 브리핑에서 “양적완화 축소에 대응하는 우리 나름대로 시나리오를 가지고 있다”며 “국제 금융시장의 움직임을 주시하면서 정책을 운영해나가겠다”고 밝혔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5년간 한국경제는 선방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경상수지, 외환보유액, 단기외채 비중 등 대외부문 지표가 양호하다. 지난해 3대 국제 신용평가사들이 일제히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하면서 1990년대 말 외환위기 이후 이어진 ‘코리아 디스카운트’ 낙인에서도 벗어났다.

지난 7월 경상수지 흑자는 67억7000만 달러로 지난해 2월(5억5730만 달러) 이후 18개월 연속 흑자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외환보유액(지난달 기준)도 3310억9000만 달러로 사상 최대다. 각종 위기에 대처할 수 있는 기초체력이 튼튼하다는 의미다. 총 외채 중 단기외채가 차지하는 비중도 29.1%로 1999년(28.6%) 이후 가장 낮다.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이 상승한 것도 최대 성과 중 하나다. 무디스(A1→Aa3), 피치(A+→AA-), 스탠더드앤드푸어스(A→A+) 등 국제 신평사들은 지난해 일제히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했다. 정부는 지난 5일 4년 만에 외국환평형기금채권 10억 달러를 사상 최저 금리로 발행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안심하기는 이르다. 기초체력이 튼튼하더라도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에 따른 단기적 금융시장 충격은 피하기가 쉽지 않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단기적으로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며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갈 것에 대비, 리스크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금융위기 이후 악화되고 있는 재정건전성 회복 방안도 시급하다고 조언한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5년 전 금융위기 이후 국가채무 비율이 올라가고 있는 점이 우려된다”며 “정부가 세입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반기 위기 돌파구는 우리 경제의 ‘성장엔진’인 수출이 될 수 있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로 세계경제 주도권이 신흥국에서 다시 선진국으로 넘어가면서 우리 수출 증가에 대한 기대감은 커지고 있다. 실제 올 1분기 수출은 0.4% 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7월(2.6%)과 지난달(7.7%)에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