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먼사태 5년] 금융계, 글로벌 위기 잘 대처했지만… 1000조 육박 가계부채 뇌관
입력 2013-09-08 18:39
금융업계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비교적 잘 대처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의 교훈으로 착실히 기초체력을 쌓아온 덕에 글로벌 자금시장을 뒤흔든 격랑을 무리 없이 헤쳐나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10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 문제는 언제든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잠재 위험요소다.
8일 금융계에 따르면 지난 2분기 말 기준 한국의 가계부채는 980조원에 달한다. 1분기에 다소 감소했지만 잇따른 부동산 경기 부양책으로 인해 2분기 상승 반전했다. 1999∼2012년 연평균 가계부채 증가율은 11.7%에 달한다. 같은 기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7.3%), 가계의 가처분소득 증가율(5.7%)을 크게 웃돌고 있다. 8·28 전월세 대책이 사실상 자금 공급을 통한 부동산 매매시장 활성화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올 연말이면 가계부채가 1000조원을 돌파할 수 있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문제는 가계부채의 질이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저신용자의 신용등급이 일제히 하락하고 있고 제2금융권의 연체율도 상승일로를 달리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가처분소득 대비 이자지급, 연체율, 금융자산 대비 금융부채 등을 수치화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위험성은 148.7로 2008년(154.4)에 육박한다. 김영일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과다 채무자의 부채액 비중이 커지면서 저소득, 하위 신용등급 채무자 비중이 급증했다”고 평가했다.
여기에 선진국의 양적완화 출구전략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한계 가구도 급속히 증가할 전망이다. 글로벌 유동성이 대거 흡수되면서 시장 금리가 대폭 인상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병윤 한국금융연구원 부원장은 “전체 국민소득 중 가계로 배분되는 소득 비중이 1990년에는 70% 수준이었는데 2011년에는 61%까지 떨어졌다”며 “성장률을 높이고 소득이 가계로 배분되는 구조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