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 사흘에 2명꼴 아기 버려진다
입력 2013-09-08 18:33
올 들어 지금까지 서울에서 아기 176명이 버려졌다. 고작 9월인데 벌써 지난해 전체 기간의 3배를 넘어섰다. 서울시는 이 숫자가 연말이면 250명 이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사흘에 2명꼴로 버려지는 것이다. 영아 유기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입양특례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서울시는 8일 서울에서 버려진 영·유아가 2010년 4명, 2011년 22명, 지난해 67명에서 올 들어 지난 8일까지 176명으로 급증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추이는 지난해 8월 입양특례법이 개정된 이후 영아 유기가 크게 늘어난 상황과 일치한다.
개정된 입양특례법은 친부모가 아기의 출생신고를 해야 입양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입양을 하려는 가정도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입양 아동의 인권을 강화하겠다는 취지지만 입양 사실을 감추고 싶어 하는 미혼모들에게는 아기를 버리는 이유가 되고 있는 것이다.
버려진 아기들은 대부분 서울 난곡동 주사랑공동체교회에 설치된 베이비박스에서 발견된다. 서울시는 지난 7월 말 이 교회 벽에 ‘지금 안은 아이는 세상에서 가장 예쁜 아이입니다’라는 문구와 서울시가 도울 테니 아기를 버리자 말라는 내용의 안내판을 설치했다. 그러나 지난달에만 19명 아기가 이곳에 버려졌다. 베이비박스에 버려지는 아기들은 서울시립어린이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은 뒤 장애아는 장애시설로, 비장애아는 일반 보육시설로 보낸다.
주사랑공동체교회 관계자는 “미혼모들 사연을 읽어보면 입양특례법 때문에 입양할 수 없게 됐다는 내용도 많아 법 개정 논의가 필요하다”며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게 지원만 해주면 미혼모들은 아이를 키우려 한다. 정부와 서울시 등이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길에서 숨진 채 발견되는 아이가 없는 게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버림받는 아이가 늘어만 가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자원봉사 도움이 없었다면 아이들 돌보기도 힘들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