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이석기 사태 흐름 몰라 우왕좌왕… 127석 민주당, 정보는 ‘깜깜이 수준’
입력 2013-09-09 03:28
민주당이 요즘 극심한 정보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여권과 사정 당국, 국가정보원 등을 상대로 연일 ‘총성 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지만 정보 부족으로 계속 위기에 노출되면서 갈피를 잡지 못한 채 우왕좌왕하는 모습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국회의원을 127명이나 보유한 제1야당이 맞느냐”는 비판이 당 안팎에서 제기된다.
실제 민주당에는 요즘 정보가 도통 모이지 않는다. 국정원이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을 터뜨렸지만 사건의 윤곽이나 향후 예상되는 흐름을 알지 못해 정세 판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당의 쌍두마차격인 김한길 대표실과 전병헌 원내대표실부터도 사건의 자초지종을 몰라 여론 흐름에만 의지해 대응하기 급급하다는 것이다.
당의 정보 부재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7월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 실종 사태’ 역시 민주당은 대화록이 없는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채 앞으로만 질주하다 톡톡히 망신을 당했다. 한 중진 의원은 8일 “당시 여권에는 국가기록원에 대화록이 없다는 사실이 두루 퍼졌었는데 우리가 짐작도 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그럼 거대 야당에 왜 정보가 모이지 않는걸까. 우선 상대적으로 주요 정보를 접할 수 있는 국회 상임위인 운영위(청와대) 정보위(국정원·기무사) 법사위(검찰) 안전행정위(경찰청) 국방위(국방부) 소속 의원들이 적극적으로 정보 수집을 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다. 게다가 이들 상임위의 핵심 의원들이 산하 기관들과 척을 지고 있는 경우도 많다. 또 설령 정보가 생겨도 지도부와 공유하지 않거나 아예 지도부를 ‘물 먹이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이 잘되려면 이들 상임위뿐만 아니라 다른 의원들도 정세가 긴박하게 돌아갈 때에는 안테나를 바짝 세우고 다녀야 하는데, 본인 지역구 활동에 바빠 당을 위한 정보 수집에는 대부분 무관심하다고 한다.
당세(黨勢)가 약화된 것도 정보가 모이지 않는 원인이다. 당 관계자는 “예전에는 정보기관은 물론 부처의 핵심 실세들이 ‘알아서’ 고급 정보를 흘려주거나 상납하는 경우도 많았다”면서 “지금은 그런 게 거의 사라졌다”고 했다.
아울러 현 정부 들어 행정부와 사정·정보기관들이 제1야당을 백안시하는 태도도 문제로 꼽힌다. 예전에는 정부 부처에서 야당에 현안과 관련한 설명도 자주 하고, 특히 정보기관들은 여야 원내대표실이나 주요 상임위 간사 의원 정도에게는 ‘친전(親展)’이라고 쓰인 서류봉투에 돌아가는 주요 현안에 대한 정보를 담아 자주 보고를 했지만 요즘은 그런 경우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깜깜이’ 수준의 정보력 탓에 구성원들 사이에서 “통합진보당 다음엔 민주당이 타깃이 될 것”이라거나 “사정 당국이 민주당 핵심 인사들을 노리고 있다”는 등의 흉흉한 얘기가 오가는 등 불안감만 증폭되고 있다. 때문에 김한길호(號)가 ‘정보 리더십’을 서둘러 재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손병호 정건희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