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나루] ‘형님’의 귀환… 정치권 미묘한 파장

입력 2013-09-09 02:23 수정 2013-09-09 02:24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이자 MB정권 최고 실세였던 이상득(78) 전 새누리당 의원이 9일 출소한다. 저축은행 등으로부터 억대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지난해 7월 구속된 이 전 의원은 대법원 판결에 앞서 항소심 형기를 모두 채웠다. 이 전 의원이 이명박정권의 핵심 창업공신이자 국회 부의장까지 지낸 거물 정치인인 탓에 그의 귀환은 정치권에 미묘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모든 일은 형님으로 통한다는 ‘만사형통(萬事兄通)’, 고향 이름을 딴 ‘영일대군’, ‘상왕(上王)’ 등 각종 호칭이 따라다닌 그의 ‘MB정권 5년’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이 전 의원은 2008년 18대 총선을 앞두고 불출마를 요구하는 당 소장·쇄신파 주도의 ‘55인 파동’을 뚫고 6선 고지에 올랐다. 그러나 끊임없이 권력 사유화 논란이 제기되자 2009년 6월 정치 2선 후퇴를 선언해야 했다. 이후 남미와 아프리카 등을 오가며 자원외교에 주력했다.



2011년 자신의 보좌관이 SLS그룹 구명로비 명목으로 수억원대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면서 지난해 총선에 불출마했지만 결국 검찰의 저축은행 로비사건 수사 칼날을 벗어나지 못하고 지난해 7월 영어의 몸이 됐다.



이 전 의원은 1심 판결이 나온 다음날인 지난해 12월 25일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1심 판결이 확정되면 특별사면도 가능했지만 정면승부를 택한 셈이다. 억울했기 때문이라는 게 이 전 의원 측의 주장이다.



이 전 의원은 석방된 이후에도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계속 받아야 한다. 관련 사건이 아직 대법원에 계류 중인 탓이다. 이 전 의원은 서울의 한 병원에서 요양할 것으로 알려졌다. 수감기간 폐렴과 안과 질환이 심해졌다고 한다. 오는 10월 자신의 전 지역구인 경북 포항 남·울릉 국회의원 재선거에 대한 영향력 행사 논란을 의식한 듯 그곳으론 아예 발걸음을 하지 않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의원 측은 8일 “건강이 많이 나빠져 당분간 몸을 추스르는 데 집중할 것”이라며 “조용히 지내고 싶어한다”고 전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