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 데뷔전 임창용 ‘혼이 담긴 13구’… 위대한 새출발
입력 2013-09-08 18:25
‘뱀 직구 창용불패’ 임창용(38·시카고 컵스)이 마침내 꿈에 그리던 빅리그 무대에서 합격점을 받았다.
임창용은 8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리글리필드에서 열린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홈경기에서 일본 야쿠르트 소속일 때 등번호였던 12번을 달고 팀이 3-4로 뒤진 7회 1사 주자 없을 때 시카고 컵스의 3번째 투수로 등장했다. 임창용은 ⅔이닝 동안 3타자를 상대하면서 1볼넷과 1안타를 허용했으나 3번째 상대 타자를 병살타로 유도해 무실점으로 이닝을 마쳤다.
한국과 일본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신인이었지만 메이저리그 첫 마운드에 오르자 긴장을 감추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임창용은 미국프로야구 첫 상대인 오른손 대타 숀 할턴을 상대로 최고 시속 93마일(약 150㎞)의 직구를 뿌렸다. 구속은 시속 160㎞에 육박하던 그의 전성기 시절에는 한참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홈플레이트 근처에서 볼 끝은 여전히 뱀처럼 꿈틀거렸다.
이날 임창용이 던진 첫 공은 91마일(약 146㎞)짜리 투심패스트볼이었지만 볼이 됐다. 풀카운트까지 가는 접전에서 8구째를 바깥쪽 볼로 던져 첫 타자에게 볼넷을 허용했다. 이어 일본 프로야구 야쿠르트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아오키 노리치카에게 좌전안타를 맞았다. 1사 1,2루의 실점 위기에 처한 임창용은 3번째 상대인 진 세구라(타율 0.301)에게 초구 투심패스트볼을 던져 유격수 땅볼 병살 플레이를 유도, 아웃카운트 2개를 잡아내고 무실점으로 7이닝을 마무리했다. 임창용은 8회초 알베르토 카브레라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임창용은 이날 총 14개의 공을 던져 7개를 스트라이크존 안에 넣었다. 전체 공 중 13개가 직구(포심 4개, 투심 9개)였다. 이날 임창용의 유일한 변화구는 아오키를 상대로 던진 3구째 체인지업이었다.
임창용은 1994년 로스앤젤레스 다저스 유니폼을 입은 ‘코리안 특급’ 박찬호를 시작으로 메이저리그 무대에 오른 14번째 한국인 선수가 됐다. 또 임창용은 이상훈, 구대성, 박찬호에 이어 4번째로 한국·미국·일본 프로야구에서 모두 뛴 선수가 됐다.
임창용은 이날 위기에서 병살을 유도해내는 능력을 보여줬다. 임창용은 남은 시즌 빅리그 타자들을 상대로 적응력을 키운다면 내년 시즌에는 컵스의 확실한 불펜 요원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날 경기에서도 밀워키에 3-5로 패한 컵스는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단독 최하위가 됐다. 1908년 월드시리즈 우승 이후 단 한번도 패권을 차지하지 못한 컵스는 ‘저주의 팀’으로 대표되고 있다.
한편 LA 다저스 류현진(26)은 12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에 등판할 것으로 보인다. 8일 메이저리그 홈페이지는 “류현진은 몸 상태가 많이 좋아져서 12일 등판에 대해 그다지 걱정하지 않는다”고 밝혔고 돈 매팅리 다저스 감독도 “류현진이 그날 등판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며 낙관적인 전망을 전했다.
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