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2020올림픽 유치] 올림픽 거머 쥔 아베, 우경화 가속 페달

입력 2013-09-08 18:13

방사능 오염수 유출이란 대형 악재를 딛고 2020년 하계올림픽 유치를 성사시킨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위상이 한층 올라가 브레이크 없는 우경화 질주가 가속되리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12월 중의원 선거와 올 7월 참의원 선거에서 잇달아 압승, 정치적 롱런 기반을 닦은 아베 총리가 경제 부흥과 동의어인 올림픽 개최 티켓까지 거머쥐며 국민적 인기와 지지도를 바탕으로 더욱 과감한 행보를 이어가리라는 관측이다.

일본 현지는 일단 올림픽 개최로 디플레이션 경기 침체에서 탈출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들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8일 올림픽 개최에 따른 경제적 효과를 최대 150조엔(약 1644조8400억원)으로 내다봤다. 2020년 올림픽까지 7년간 경기장 건설 등 직접 효과는 3조엔 정도로 추산했다. 아베 총리는 올림픽 개최지 결정 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도쿄 올림픽을 15년간 계속된 디플레이션에서 탈출, 경제성장 기폭제로 삼겠다”며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을 딛고 부흥을 이뤄낸 일본의 모습을 세계에 알리겠다”고 말했다. 자포자기 심정으로 경제 침체를 일상으로 여겨온 일본 국민들이 환호성을 지를 만하다. 경기 부양을 위해 돈을 푸는 아베 총리의 경제정책인 ‘아베노믹스’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올림픽 바람’을 탄 아베 총리가 외교·안보 현안에서 우경화 행보를 강행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집권 자민당은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위해 헌법 해석 변경을 시도하고 있다. 역대 일본 정부는 자위권 행사가 헌법에 어긋난다고 해석해 왔다. 이뿐 아니라 독도,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등 영유권 문제로 한국, 중국과의 관계가 한층 냉각될 소지가 높다. 아베 총리는 회견에서 역사인식 및 영유권 관련 주변국과의 관계에 대한 질문을 받고 “한국은 기본적인 가치와 이익을 공유하는 중요한 이웃국가”라며 “어려운 문제는 있지만 의사소통을 계속해 협력관계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로이터 통신은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능 오염수 문제도 올림픽을 앞두고 정부가 부정적인 보도가 나오지 않게끔 애쓸 게 뻔해 점차 자취를 감출 수도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