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첫 ‘생명보듬주일’ 예배… 9월 10일은 세계자살예방의 날

입력 2013-09-08 18:05 수정 2013-09-08 19:39


“성도 여러분, 우리 모두 ‘생명 보듬이’에 동참하지 않으시렵니까.” 기독시민단체인 라이프호프 기독교자살예방센터 운영위원장인 조성돈 실천신학대 교수가 성도들을 향해 정중하게 제안했다. 1000여명의 성도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아멘”으로 화답했다.

8일 오전 10시 서울 성북구 화랑로 맑은샘광천교회(이문희 목사) 본당. 세계자살예방의 날(9월10일)을 앞두고 라이프호프가 교회를 대상으로 자살예방 활동을 독려하기 위해 올해 처음 제정한 ‘생명보듬주일’ 예배가 진행 중이었다. 설교자로 나선 조 교수는 2011년 12월 한 일간지 1면에 실린 사진 한 장을 스크린에 띄웠다. 대구의 한 중학교 2학년 남학생이 아파트 엘리베이터 안에서 고개를 푹 숙인 채 홀로 쭈그려 앉아 눈물을 훔치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는 7시간여 뒤 아파트에서 투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 7시간 동안 이 학생은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을까요.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요….” 조 교수의 사진설명에 예배당 곳곳에서는 깊은 탄식이 흘러나왔다.

“우리나라만 본다면 10대부터 30대까지 사망 원인 1위가 자살입니다. 1년에 1만5000명 정도가 스스로 목숨을 끊습니다…. 이쯤 되면 사회적 질병이 아닐까요.” 충격적인 자살통계 수치에 성도들은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조 교수는 “생명과 죽음, 구원은 모두 하나님께 속한 것”이라며 “생명의 소중함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크리스천들이 자살을 예방하는 ‘생명 보듬이’로 섬기자”고 강조했다.

이문희 목사는 ‘생명보듬주간 선포식’을 갖고 교회 차원에서 자살예방 활동에 적극 동참키로 약속했다. 이날 저녁 서빙고동 서호교회에서도 같은 선포식이 이어졌으며, 향후 지역별로 주요 교회들의 생명보듬주일 준수 동참이 확대될 예정이라고 라이프호프 측은 밝혔다.

예배에 참석한 정영애(52·여) 집사는 “설교를 듣고 보니 자살예방 활동은 교회 공동체만이 제대로 할 수 있는 소중한 사역임을 깊이 깨닫게 됐다”며 매월 5000원씩 후원키로 약정했다.

오는 12일까지 이어지는 생명보듬주간에는 다양한 관련 행사가 열린다. 10∼11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서울호텔에서는 ‘자살예방의 날 학술대회’가 열리며, 특히 10일 행사에서는 자살예방에 기여한 공로로 라이프호프가 보건복지부장관상을 받는다. 12일에는 서울 신촌 창천교회 100주년기념관에서 연예인 합창단 등이 참여하는 문화 공연이 예정돼 있다.

박재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