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2020올림픽 유치] 아베 “안전 보장” 원전 불안 씻기… IOC 표심 잡아

입력 2013-09-08 18:01 수정 2013-09-08 22:00

7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제125차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 2020년 제32회 하계올림픽 개최도시 선정을 위한 투표가 실시됐다.



결선 투표에서 맞붙은 도시는 도쿄(일본)와 이스탄불(터키). 결과는 60대 36으로 도쿄의 완승이었다. 도쿄는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능 오염수 유출이라는 악재를 극복하고 1964년 제18회 대회 이후 56년 만에 다시 하계올림픽을 개최하게 됐다.



◇방사능 악재 이겨낸 도쿄=2020년 올림픽 개최 최종 후보 도시는 3곳으로 도쿄, 이스탄불 그리고 마드리드(스페인)였다. 1차 투표에서 도쿄는 42표를 얻어 1위에 올랐지만 과반 득표에는 실패했다.



이스탄불과 마드리드는 나란히 26표를 얻어 결선 투표에 진출할 2위 자리를 놓고 재투표가 실시됐다. 이스탄불은 재투표에서 마드리드에 49대 45로 이겼으나 막판에 도쿄의 벽을 넘지 못했다.



도쿄는 영국 런던(3회), 프랑스 파리, 미국 로스앤젤레스, 그리스 아테네에 이어 다섯 번째로 하계올림픽을 2회 이상 개최하는 도시가 됐다. 아시아에서는 최초의 기록이다. 일본은 1964년 도쿄 하계올림픽, 1972년 삿포로와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에 이어 통산 네 번째 올림픽을 개최하게 됐다.



도쿄는 방사능 오염수 유출 사건 때문에 고전했지만 아베 신조 총리가 최종 프레젠테이션에서 “일부에서 후쿠시마 사고 때문에 걱정하지만 안전을 보장할 수 있다”고 강조해 IOC 위원들의 표심을 잡았다.

◇희비 엇갈린 3개 도시=IOC 총회 회의장에 있던 아베 총리 등 일본 측 인사 수십명은 자크 로게 IOC 위원장이 “도쿄”를 호명하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만세를 불렀다. 1990년대 초반 ‘버블 붕괴’ 이후 경기 침체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그리고 후쿠시마 원전 사고 등으로 좌절감에 빠져 있던 일본인들은 모처럼 날아든 반가운 소식에 열광했다.



반면 이스탄불과 마드리드 시민들은 낙담했다. 이스탄불은 2000년 대회부터 2012년 올림픽까지 4회 연속 유치에 나섰다가 실패했다. 2016년 한 차례 거른 이스탄불은 이번에 다섯 번째 도전에 나섰지만 다시 무릎을 꿇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는 “도쿄가 이미 올림픽을 개최했는데도 선정된 것이 실망스럽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마드리드 역시 최근 3회 연속 하계올림픽 유치 실패의 고배를 들었다.



외신들은 아베 총리의 자신감 넘치는 발언이 일본의 최대 약점으로 지적됐던 방사능 오염수 유출 사태에 대한 우려를 말끔히 씻어냈다고 전했다. 반면 마드리드는 스페인의 재정위기라는 벽에 막혀 1차 투표에서 탈락했고, 이스탄불은 정정불안 때문에 도쿄를 넘지 못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