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공연-‘잃어버린 얼굴 1895’] 을미년 핏빛 그날, 살아남은 ‘명성황후’

입력 2013-09-08 17:49


조선시대 고종은 사진 찍기를 좋아했다고 한다. 그런데 왜 명성황후의 사진은 한 장도 남아있지 않은 걸까. 후대에 전해진 사진은 모두 거짓으로 밝혀졌고, 황후의 실제 모습은 미궁 속에 빠져있다.

서울예술단(예술감독 정혜진)의 가무극 ‘잃어버린 얼굴 1895’는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19세기 후반 대한제국을 배경으로 명성황후와 흥선대원군의 팽팽한 대립, 갑신정변 이후 개화파의 몰락, 황후를 제거하려는 을미년 ‘여우사냥’의 음모를 극에 담았다.

역사적 사실에 바탕을 두고 있지만 작품에는 후대의 상상력을 넣었다. 자신의 어미를 죽인 황후에 대해 복수심을 품은 가상 인물 ‘휘’가 황후의 사진을 몰래 찍어 일본 시해단에게 넘기려 했다는 설정이 그렇다. 휘는 결국 사진을 넘기지 않았고, 황후의 얼굴을 착각한 시해단이 그의 곁에 있던 무녀의 딸을 대신 죽였다는 이야기도 정사가 아닌 ‘을미년 명성황후 생존설’을 따른다.

‘광화문연가’ ‘서편제’의 이지나 연출, 차지연 손승원 출연. 뮤지컬이 노래와 대사로 이뤄졌다면, 가무극은 대사 대신 춤이 강조된 형식. 22∼29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130분, 초등학생 이상, 4만∼8만원.

한승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