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화가 윤병락, 가을맞이 개인전

입력 2013-09-08 19:20


사과를 진짜보다 더 진짜처럼 그리는 윤병락(45) 작가의 고향은 경북 영천이다. 어릴 적 집 주변의 사과밭을 드나들며 숱하게 따먹기도 했다. 대학(경북대 미술학과)을 졸업한 뒤 도자기, 반닫이, 놋그릇 등 민예품을 그리다 어느 날 우연히 나무상자에 담겨있는 사과를 보고는 사과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며 붓질했다.

단순히 사과만 그리는 게 아니라 과일 표면의 숨구멍, 싱싱한 과육과 흠집, 고운 색깔과 무늬, 심지어 햇볕에 그을린 자국까지 묘사한다. 창세기 아담과 이브, 뉴턴의 만유인력, 폴 세잔의 정물화, 스티브 잡스의 애플 등에 등장하는 사과는 인류와 친숙한 과일이다. 작가에게도 마찬가지다. 작업에 대한 상상력을 제공하는 모티브이자 고향에 대한 그리움의 원천이다.

가을을 맞아 11일부터 30일까지 서울 관훈동 노화랑에서 사과 그림 30여점으로 개인전을 연다. 붉게 잘 익은 사과를 그린 ‘가을향기’(사진), 나무상자에 담긴 사과를 그린 ‘녹색 위의 붉은 사과’, 손으로 눈물을 닦는 김연아 선수를 사과와 함께 그린 ‘여왕의 눈물’ 등 상큼하면서도 풍요로운 이미지를 선사한다. 결실의 계절에 잘 어울리는 작품들이다(02-732-3588).

이광형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