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시기? 머시기? 이제 당당히 예술 주제로 나서다

입력 2013-09-08 17:35


제5회 광주디자인비엔날레 현장을 가다

‘거시기, 머시기(Anything, Something)’. 사물이나 이름이 떠오르지 않을 때 쓰는 표준어로 ‘소통’과 ‘화합’의 의미를 담고 있다. 광주 용동봉 비엔날레전시관과 운림동 의재미술관 등에서 11월 3일까지 열리는 2013광주디자인비엔날레의 주제다. 올해 5회째를 맞은 광주디자인비엔날레는 세계 24개국의 쟁쟁한 작가들이 대거 참가하는 등 명실공히 국제미술행사로 부상했다.

국내 258명, 해외 70명 등 328명의 작가들이 5개 섹션에서 600여점을 선보이는 전시에는 ‘거시기, 머시기’라는 주제에 어울리게 예술적 담론을 얘기하는 작품보다는 실용적인 작품이 다수 출품됐다. 일반인들도 ‘쉽고 재미있고 즐겁게’ 관람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많은 작품을 일일이 살펴보기는 어려운 일. 이영혜(60·디자인하우스 대표) 총감독이 추천하는 ‘놓치지 말아야 할 10선’을 소개한다.

전시관 입구 광장에서 처음 만나는 작품은 최시영·오경아 작가의 ①‘가든 디자인-밭을 디자인하다’. 폐천막 등을 활용해 만든 예쁜 텃밭에서는 벼와 콩 등 농산물들이 자라나고 있어 도심 속 자연을 느끼게 한다. 전시관에 들어서면 김백선 작가의 ②‘거시기 머시기, 것이기 멋이기’가 관람객을 압도한다. 계란꾸러미, 부채, 버선 등으로 대형 설치작품을 만들었다.

한국산업디자이너협회 융합디자인센터 작가 6명이 참가한 ③‘즐거운 에너지’는 인공적인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고 자가발전의 친환경적인 자전거 등을 선보인다. 박자일 아이디어키즈 대표가 기획하고 신수원 작가가 그림을 그린 ④‘콩다콩 어린이집’은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와 디자인으로 7개의 방을 꾸며 즐겁고 유쾌하게 놀거나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영국 런던디자인뮤지엄의 순회전인 ⑤‘Designed to Win’은 패션, 스포츠, 제약, 자연, 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영향을 끼친 혁신적인 신소재의 디자인을 선보인다. 허은경 장응복 이규석 배영진 등이 디자인한 ⑥‘동양화 모티프 공간 디자인’은 한옥과 전통미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새로운 개념의 호텔이다. 동양화를 감상하듯 여유와 쉼을 강조한 공간이다.

서영희와 양용이 출품한 ⑦‘광주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광주 시민 1000명에게 가장 소중한 것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무등산-5·18-김대중-수박-가족 순)를 작품으로 디자인했다. 디자이너 이우진과 비엔날레 명예홍보대사를 맡은 가수 유노윤호가 참여한 ⑧‘마이 페이버릿 광주’는 역사의 현장이면서도 예술의 도시인 광주에 얽힌 추억을 음악과 디자인이 결합된 작품으로 보여준다.

조선대 유니버설패키지디자인센터가 내놓은 ⑨‘광주 5개구 예쁜 쓰레기봉투’는 평범한 쓰레기봉투를 디자인 시각으로 접근해 도시 미관까지 정비하는 효과를 냈다. 같은 팀이 디자인한 ⑩‘광주·전남의 9대 명품 쌀 포장’은 디자인과 어울리지 않는 전통적인 쌀이 현대적인 디자인과 접목되면서 농사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시민과 함께하는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전시관 앞마당에서는 어린이들과 함께 발효 빵 만들기 체험행사가 열리고, 매주 주말에는 콘서트&디자인 아트마켓이 마련된다. 국제 디자인 장터가 개설된 셈이다. 그러나 산업디자인 박람회 같은 분위기로 관람동선이 복잡하다는 점은 문제다. 작가 및 작품에 대한 설명이 친절하지 못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광주=글·사진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