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취업률 85%’ 한국폴리텍대학 박종구 이사장

입력 2013-09-08 17:15


“기업현장 중심 교육… 기술인재 양성”

‘존경하는 박종구 이사장님 전상서’로 시작되는 편지 한통이 한국폴리텍대학(이하 폴리텍)으로 배달됐다. ‘늦깎이 졸업생’ 안종철(63)씨가 취직 후 첫 월급을 받은 뒤 감격에 겨워 박 이사장에게 편지를 띄운 것이다.

안씨는 편지에서 “늦은 나이에 폴리텍에 다니면서 특수용접 ‘증’을 취득해 기사로 일하게 됐다”며 “내가 제일 잘한 것은 폴리텍에 다닌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안씨는 62세였던 지난해 기능사자격 과정에 입학해 용접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섀시·창호 제조업체에 취업했다.

지난 4일 서울 공덕동 폴리텍에서 만난 박종구(55·사진) 이사장은 안씨의 편지를 들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박 이사장은 “이 학생이 최근에는 꿀도 한병 보냈다”며 “참으로 기분 좋은 선물이었다”고 자랑했다.

폴리텍은 최근 3년 동안 취업률 80%를 웃돌고 있다. 지난달 29일 교육부가 발표한 대학정보공시에선 23개 관할 캠퍼스의 평균 취업률이 85.2%를 기록하는 등 경이적인 취업 성과를 나타냈다. 바이오·항공·강릉 캠퍼스는 90% 이상의 취업률을 달성했다. 바이오캠퍼스 생명의학분석과, 울산캠퍼스 신소재응용과, 섬유패션캠퍼스 하이테크소재과, 목포캠퍼스 조선전기제어과, 아산캠퍼스의 산업설비자동화는 졸업생 전원이 취업에 성공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런 성과에 힘입어 박 이사장 부임 당시 54.5%에 그쳤던 대학 인지도는 2년 만에 71.2%로 뛰어올랐다. 미미했던 존재감을 극복하고 취업률 부문에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직업교육대학으로서의 브랜드를 구축했다는 게 폴리텍의 자평이다.

박 이사장은 “기업현장에서 이뤄지는 모든 과정을 강의실로 그대로 옮겨와 기업이 필요로 하는 현장기술을 중심으로 가르치는 FL(factory learning:현장·강의실 연동학사제도) 시스템이 성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안씨의 사례처럼 폴리텍은 장년층과 베이비부머의 재취업에도 혁혁한 공을 세우고 있다. 2년제 산업학사과정 외에도 기능사·기능장 과정, 학위전공 심화과정 등 다양한 직업훈련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올해는 베이비붐 세대 1000명에게 직업훈련 기회를 제공할 계획인데 벌써 840명이 과정을 마쳤다. 경력단절여성의 직업훈련도 지원자가 크게 몰려 당초 목표였던 350명을 훨씬 초과한 상태이다.

폴리텍 부임 이후 박 이사장은 ‘격이 다른 기술인재’와 ‘기술인재 양성에 대한 패러다임의 변화’를 역설하고 있다. 튼튼한 전공기술을 바탕으로 폭 넓은 인문학적 소양과 글로벌 어학능력을 갖춘 기술인재를 양성해야 한다는 게 목표다. 대학의 낭만을 갈구하는 1학년들이 이사장 면담에서 “동아리 활동을 할 시간이 없다”고 불만을 털어놓을 정도로 폴리텍의 학사과정은 빡빡하다. 보통 2년제 대학이 80∼90학점을 이수하면 졸업이 가능하지만 폴리텍은 108학점을 이수해야 한다. 높은 취업률이 보장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박 이사장은 “양질의 일자리 창출 해법은 제조업에서 찾아야 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그는 기술 교육을 강화하고 기술 인력이 우대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해법을 찾기 위해 독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박 이사장은 “독일 경제가 유럽의 병자에서 유럽의 엔진이 된 것은 미텔슈탄트(중소·중견기업)의 경쟁력이 주요 원인”이라며 “그걸 받쳐주는 것이 독일의 기능인력을 길러내는 도제 제도”라고 분석했다. 박 이사장은 8일 독일 뮌헨으로 출국했다. 직업교육 기관과 도제 교육 시스템을 꼼꼼히 살펴볼 예정이다.

박 이사장은 금호그룹 창업자인 고 박인천 회장의 막내아들이지만 다른 형제들과 달리 그룹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고 있다. 그는 미국 시라큐스대학교에서 재정학을 전공하고 아주대 교수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김대중 정부에서 기획예산처 공공관리단 단장으로 관계에 첫발을 디딘 후 국무조정실 정책차장, 교육과학기술부 2차관을 지냈다.

이유를 묻자 박 이사장은 “큰 형님의 기질을 물려받은 모양”이라고 답했다. 맏형인 고 박성용 금호아시아나그룹 명예회장은 미국 예일 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고 서강대에서 교수 생활을 했다. 박 명예회장이 경제기획원 장관 특보 등으로 공직 생활을 했다는 점도 닮았다.

박 이사장은 “경영에 대한 미련은 없다”며 “나에겐 공직이 더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사업을 키우고 이윤 창출해 경제 성장에 기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공익성을 추구하는 것에서도 굉장한 보람을 얻는다는 설명이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