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평양∼유럽 횡단열차 ‘성큼’

입력 2013-09-08 17:14 수정 2013-09-08 22:25


“우리가 만든 열차로 부산에서 서울, 평양을 걸쳐 유럽까지 가고 싶다.”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오랜 꿈이 가시화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인 현대로템은 러시아 1위 중공업 업체인 UVZ(UralVagonZovod)의 알렉세이 티샤에프 철도사업본부장 등 경영진이 10일부터 방한해 철도사업 관련 협력 및 기술 이전 방안을 협의한다고 8일 밝혔다. 이에 따라 러시아 철도시장 진출이 본격화 될 전망이다.



이른바 한반도 종단철도(TKR)와 시베리아 횡단철도(TSR)는 그동안 많은 경제인과 정치 지도자에 의해 국가적인 미래 사업으로 제시돼왔다. 박근혜 대통령도 지난 6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부산에서 출발해 러시아를 거쳐 유럽까지 가는 철도가 있으면 좋겠다는 꿈을 꿨다”고 말했다.



현대로템은 정 명예회장과 박 대통령의 꿈을 현실화하고 있다. 이 회사는 2008년부터 러시아 철도청, 모스크바 지하철 등과 세미나와 기술교류, 교환방문 등 러시아 철도시장 진출을 위한 꾸준한 준비를 해왔다. 지난해 10월에는 러시아 철도청과 철도차량 공급, 인증, 연구개발에 대한 협력 합의서를 체결했다.



현대로템은 러시아 환경에 맞는 고속형 장거리 전동차 개발도 진행 중이다. 2015년까지 개통 예정인 모스크바 순환선 전동차 231량(4억 달러 규모)과 모스크바 지하철 고급 전동차 2500량(42억 달러 규모)의 입찰도 준비 중이다.



현대로템의 러시아 철도사업에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의지가 강력히 배어 있다. 정 회장은 평소 시베리아 횡단철도 이용 시 화물을 더 빠른 시일 내에 저렴한 비용으로 운송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그룹 차원에서 유라시아 철도사업에 참여할 것을 주문해왔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유라시아 철도 연결에 적극 참여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세부 실행방안을 수립 중”이라며 “현대로템이 설계 및 생산기술, 기자재 공급과 시스템 엔지니어링을 주도하고 남북한과 러시아가 유라시아 철도연결사업에 합의하는 경우, 북한에서 차량의 조립, 생산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