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을 넘어 미래한국으로] ‘음지 공천’ 꿈도 못꾼다

입력 2013-09-08 17:26

독일의 지방자치가 강한 데에는 주의회 선거제도 영향도 있다. 브레멘주의 경우 2011년 선거권 연령을 18세(현 연방법)에서 16세로 낮추는 등 주 헌법에 기초해 특색있는 선거제도를 갖고 있다.

16개주 중 13곳은 연방의회 선거처럼 소선거구에서 의원을 직접 뽑고, 나머지를 정당투표를 통한 비례대표로 선출하는 이른바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를 도입하고 있다. 1인 2표 행사다. 비례대표 투표는 사표를 방지하고 정당 득표율에 맞는 원내 의석을 배분해 거대 정당에 대한 견제 세력을 만든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와 같은 ‘폐쇄적’ 지역주의는 불가능하다. 일단 지역구 의원보다 정당명부를 통한 비례의원 비율이 높아 오히려 지방색이 강한 당은 도태되기 쉽다.

이외 3개주(브레멘·함부르크·자를란트)는 단순 비례선거제를 실시하고 있다. 소선거구에서 후보자에 대한 직선 없이 모두 정당명부를 통해 선출한다. 1인 1표다. 인물 중심이 아닌 정당 중심의 정치 실현으로, 유권자 전체의 의사를 왜곡하지 않고 그대로 드러내고자 하는 취지다. 또한 주의회 선거는 연방 중앙당의 권한에서 벗어나 해당 지역의 민의를 적극 반영토록 하는 제도를 갖췄다. 독일 정당법은 ‘주의회 선거에 출마할 후보자는 지역당 당원들의 직접투표, 또는 적어도 대의원으로 구성된 선거인단에 의한 간접투표를 통해 선출한다’고 돼 있다. 광의의 국민 참여는 아니지만 지도부 몇몇이 힘을 쓰거나 음지에서 공천을 주는 일은 애당초 법으로 금지돼 있다.

중앙당뿐 아니라 주 차원의 당, 지역조직도 후보자 선출 과정에 개입할 수 없다. 결정된 후보자를 그대로 수용해야 한다. 지역당 관계자들은 기자와 만나 “당수나 주총리라도 지역 후보 선출에 왈가왈부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도덕성 결함 등을 이유로 주 정당의 의장단이 결정에 이의를 제기할 수는 있다. 이런 제도의 뒷받침 때문에 독일에서는 풀뿌리 민주주의 실현은 물론 연방 중앙당과는 독립된 지역정치, 지방자치가 가능해졌다. 한국처럼 영·호남을 나누는 폐쇄적 지역주의도 뿌리내리지 못했다. 이 같은 이유들로 우리 정치권에서도 독일식 선거제도의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들이 커지고 있다.

베를린=김아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