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나의 정체성을 바로 알자

입력 2013-09-08 17:00


요한복음 3장 22∼30절

옛날 중국 제나라 환공이 전쟁터에 나갔다가 돌아오던 때입니다. 자신과 군사들 모두 오랜 전쟁과 기나긴 여정 속에서 몹시 지쳐 있었습니다. 그런데 길을 잃어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게 됐습니다. ‘하루빨리 고향으로 돌아가 쉬고 싶은데 여기서 발목이 잡히다니’ 하며 환공은 난감해했습니다. 그때 신하 관중이 말했습니다. “이런 때에는 늙은 말에게 길을 묻는 것이 좋습니다. 저 뒤에 있는 마차의 늙은 말을 앞으로 세우십시오.”

앞으로 나온 늙은 말은 사방을 두리번거리더니 이내 한 방향을 향해 걸어갔습니다. 이 말을 따라가니 과연 바른 길이 나와서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아무리 권세와 권력과 무예, 지각이 뛰어난 사람이라도 자신의 힘으로 할 수 없는 일에는 짐승이라도 스승으로 삼을 수 있어야 합니다.

오늘 본문 말씀에 세례 요한은 “그는 흥하여야 하겠고 나는 쇠하여야 하리라” 하며 자신의 자리를 예수님께 충만한 기쁨으로 내어주는 자신의 정체성을 나타냈습니다. 당시 세례 요한은 수많은 제자와 사람들의 존경과 신망을 한 몸에 받고 있었습니다. 마음만 먹으면 한 종파의 지도자로서 권세와 명망을 취할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세례 요한은 오직 예수님만이 흥해야 한다고 증거했습니다. 세례 요한의 태도를 살펴보면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알 수 있습니다.

첫째, 자신의 위치를 아는 태도입니다. 세례 요한의 제자들은 예수님이 어떤 분인지 제대로 알지 못했습니다. 그들은 예수님의 신분에 대한 자각이 없었기 때문에 자신의 위치가 어디에 있는지 몰랐습니다. 그러나 세례 요한은 예수님을 하나님이 보내신 메시아요 세상 죄를 지고 가실 구세주로 알았습니다. 예수님과 비교할 때 그의 신발 끈을 풀기도 감당하기 어려운 미천한 존재라고 말씀합니다(요 1:27).

둘째, 사심 없는 태도입니다. 출애굽 당시 아론과 미리암은 모세의 지도자적 권위에 도전했습니다. 그들은 고난과 역경의 시절에 목숨을 걸고 앞장서서 백성들을 인도했던 모세의 헌신적이고 희생적인 분투는 잊어버리고 이스라엘 위에 군림하려는 충동에 따라 모세에게 정면으로 도전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그들에게 문둥병의 징벌을 내리셨습니다(민 12:1∼16). 세례 요한은 사심 없이 진리에 충실했습니다. 그는 네가 누구냐고 묻는 예루살렘 당국자의 질문에 “단지 주의 길을 곧게 하라고 광야에서 외치는 자의 소리”라고 말씀합니다(요 1:19∼23).

셋째, 오직 주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는 태도입니다. 세례 요한은 자신의 정체성을 알고 사심 없이 행동했습니다. 그리고 적극적으로 오직 주의 나라와 의를 구했습니다. 일반적인 인간의 본성은 눈에 보이는 현실의 이익에 모든 관심을 쏟습니다. 하지만 참 진리의 실체를 바라보는 자, 영원히 썩지 않을 양식을 구하는 자들은 영원한 영광을 위해 세상에서의 고난을 택할 수 있어야 합니다. “너희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 그리하면 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더 하시리라.”(마 6:33)

크리스천의 정체성은 “예수님은 흥하여야 하겠고 나는 쇠하여야 하리라”는 세례 요한의 선포함과 같습니다. 저와 여러분도 이같이 선포하는 하나님의 귀한 백성 되시기를 예수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김용남 목사(서울시온교회)